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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민병훈 감독 <사랑이 이긴다> 촬영현장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4-07-18

제자와의 추문뿐 아니라 술에 취해 택시 기사랑 실랑이를 벌이다 큰 소동까지 낸 상현이 아내에게 뒤늦은 사과의 말을 전하는 장면이다. “요즘 뒤통수에 아령 두서너개를 매달고 있는 것 같다”라며 장현성은 상현을 이해하고 감정 잡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최정원은 왜 그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을까. <사랑이 이긴다>는 뮤지컬계에서 방방 날아다니던 최정원의 첫 번째 스크린 데뷔작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실제로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서도 “이 가족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은아의 아파트. 최정원이 곧 걸려올 남편의 전화를 받으며 베란다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리허설 중이다. 그사이 촬영팀은 은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담기 위해 고정 삼각대 대신 슬라이드 위에 카메라를 설치 중이다.

민병훈 감독이 두 배우와 대본을 보며 대사 하나하나를 짚어나간다. 그때 장현성이 아이디어를 낸다. “상현이가 길에서 은아한테 전화를 걸 때 말야. 몸에 물을 좀 묻히면 어떨까? 땀인지 석유인지 모르게 말야.” “그거 괜찮은데?” 최정원이 맞장구를 치고 민 감독도 바로 오케이를 내린다.

상현의 몸에 불이 붙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온몸으로 불길이 번진다. 순간 스탭과 배우, 구경 나온 주민들까지 모두 얼어붙었다. 걱정 마시라. 올해로 스턴트 배우 경력 4년차의 천준호씨가 대역 연기 중이니까. 촬영 전에 화상 방지용 워터젤을 온몸에 잔뜩 발라뒀고 붕대로도 여러 번 감은 상태다. 이렇게 <사랑이 이긴다>의 클라이맥스 장면이 완성됐다.

“사랑이 부족한 세상이니까. 나는 사랑이 이겨야 한다고 말하겠다.” 민병훈 감독이 <터치>(2012)에 이어 신작 <사랑이 이긴다>(2014)로 ‘생명에 관한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했다(3부는 <설계자>로 현재 준비 중이다.-편집자). <사랑이 이긴다>는 사랑을 잃고 파탄에 이른 한 가족의 이야기다. 매력 있는 외모에 고학력자인 은아(최정원)는 불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딸 수아(오유진)에게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수아는 전교 1등을 해도 “그동안 왜 안 했냐”며 윽박지르는 엄마 때문에 자꾸만 작아진다. 한편 대학병원 내과 의사로 성공한 은아의 남편 상현(장현성)은 조교와의 성추행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지난 7월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사랑이 이긴다>의 9회차 촬영이 한창이었다. 상현이 아파트 담장 너머 길 한복판에서 집에 있는 은아에게 전화로 용서를 구한 뒤 분신을 택하는 장면이다. 차량과 주민들이 수시로 다니는 곳에서 화염까지 통제해야 하다보니 스탭 모두 초집중 상태다. 이때 민병훈 감독이 나섰다. “끊지 말고! 그냥 가!” 그가 뚝심 있게 밀어붙인 끝에 위험했던 촬영은 단 세번 만에 오케이가 났다. 과연 이들의 비극은 사랑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까. <사랑이 이긴다>는 하반기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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