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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홍콩영화’는 있다

<미드나잇 애프터>로 방한한 프루트 챈 감독

프루트 챈 감독이 오랜만에 장편을 들고 부천을 찾았다. SF, 좀비호러, 코미디, 사회물이 혼종된 <미드나잇 애프터>(2014)는 대륙 반환 이후 홍콩의 현재를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야간버스에 탄 기사와 승객은 터널을 지나자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한다. 재난이 일어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이들만 증발해버린 것일까. 텅 빈 거리, 정체 모를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 방독면을 쓴 일본인 집단, 어디선가 희미하게 수신되는 외계의 메시지 등 기이한 현상들의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한국에 소개되는 신작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본격 장편영화는 오랜만이다. 슬슬 장르에서 빠져나와 주류영화를 만들어볼까 싶다. 마침 박찬욱 감독이 대만에서 이 영화를 보고는 내게 성공적인 상업영화를 만든 게 아니냐며 축하한다고 하더라. (웃음)

-<미드나잇 애프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홍콩영화에서 SF는 흔치 않다. 이러저러한 홍콩의 사회문제가 담겨 있어서 전형적 SF영화라고 보기도 조금 어렵다. 선풍적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터널을 지나니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라졌다는 발상이 참신했다.

-<메이드 인 홍콩>(1997) 제작을 도운 배우 임달화와 인연이 각별한 듯하다. 이번 작품에도 출연했는데. =감독과 배우로 만나기 전부터 오랜 친구 사이다. 얼마 전 함께 작업한 옴니버스영화 <미리야>(2013)에서 그가 연출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서로를 잘 알기에 이번 영화 캐릭터에 그의 성격을 일부 반영했다. 사실 그에게 한물간 보스 기질이 있다. (웃음)

-영화 중반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가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가사를 보면 톰 소령이 지상관제소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영화에도 통신탑에서 모스부호로 된 메시지가 송신되는 장면이 있다.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인물이 노래하는 장면을 일부러 길게 넣어 가사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했다.

-북한인, 일본인이 등장하고 하드디스크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인상적인 소재로 나온다. 전작 <화장실, 어디에요?>(2002)에 한국, 일본, 홍콩 배우가 함께 나왔던 기억도 난다. =북한의 하드디스크는 재미상 한번 넣어봤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영화의 2편에서 관련 스토리가 등장할 거다. 재밌는 점은 이 영화에 북한, 일본, 홍콩인이 등장하지만 정작 대륙 중국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가 중국 대륙에서는 개봉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중국에서는 왜 개봉하지 못했나. =사회문제를 일부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에 SF물이 드물다보니 이에 대한 기준이 없어 영화를 이해시키기 난감했다. 중국쪽 관계자와 개봉 여부를 타진해보기는 했으나, 강간 장면을 삭제하라는 둥 해서 그냥 개봉하지 않기로 했다.

-묵시록적 분위기가 짙지만 구체적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미드나잇 애프터>는 애초에 속편까지 기획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사람들이 왜 사라지거나 죽는지 모른 채 공황상태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구체적 원인은 2편에 등장한다. 설명이 충분하진 않지만 영화의 “우리는 갇혔다”(We are trapped)라는 대사가 지금 홍콩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중국영화가 대륙, 대만, 홍콩의 3중국영화로 설명되던 시기가 있었다. 대륙 반환 이후에도 여전히 ‘홍콩영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이번 작품도 홍콩에서 만들어 오직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그렇기에 이 영화는 홍콩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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