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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어떤 신문의 생존법

진심으로 빵 터졌다. 7월31일치 <문화일보> 1면을 보는 순간 ‘얘들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아주 잠깐 했다(곧 ‘살구빛 <조선일보>’라는 <문화일보>의 또 다른 이름이 떠올랐다). 수습기자를 뽑는다는 공고의 제목으로 이 신문이 내건 문구는 이랬다. “대통령이 매일 정독하는 신문.”

맙소사, 대통령이 매일 정독하는 신문이란다. 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검증할 길도 없고, 그게 사실이라 해도 대다수 <씨네21> 독자는 나처럼 ‘그게 뭐?’라고 반문할 테니 진위 여부는 일단 패스. 내 관심사는 그게 아니라 <문화일보>가 이런 카피를 부끄러움도 없이 내놓은 이유다.

그게 수습기자 응모 숫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걸까. 그럴 의도였다면 ‘기업인이 가장 먼저 찾는 신문’이나 ‘노동자가 즐겨 찾는 신문’, ‘지식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신문’이라고 뻥이라도 쳤어야지 하필이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매일 정독하는 신문이라니. 차라리 ‘조인성이 낮잠 잘 때 얼굴 덮는 신문’이나 ‘강동원이 공원 벤치에 앉을 때 즐겨 까는 신문’이라면 모를까, 이명박 아저씨나 박근혜 아줌마가 즐겨보는 신문을 만들고 싶어 기자가 되려는 젊은이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공고에 글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맨 밑에 박혀 있는 바이라인, ‘허ㅇ 정치부장’. 호호호. 역시 그랬구나. 윤창중 논설위원을 박근혜 정부 초대 대변인으로 ‘배설’ 아니 ‘배출’해주신 <문화일보>다. 아마도, 공고의 쓰는 순간 <문화일보> 정치부장의 속마음은 ‘성은이 망극하옵게도 박근혜 대통령(이라 쓰고 여왕님이라 읽는다)님이 손수 읽어주시는 <문화일보>’ 정도 아니었을까. 여기서 잠깐, ‘살구빛 <조선일보>’라는 이름에 담긴 비밀을 살짝 공개하기로 한다. 그게, 읽으면 읽을수록 얼굴이 잘 익은 살구빛으로 변한다고 해서 나온 이름이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