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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4-08-14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 연출한 전성우 PD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 김수환 추기경은 질문했다. <그 사람 추기경>은 그 질문에 헌정하는 전성우 PD의 답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걱정, 잘 살아보고 싶은 욕망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느끼는 사람 추기경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전성우 PD는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평화방송 TV프로듀서로 입사해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2003), <바티칸을 가다1, 2>(2006), <길을 찾아 길을 나서다>(2008),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그 3일의 기록, 다시 보는 콘클라베>(2013) 외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다큐멘터리에 채 담지 못한 말들을 조금 보탰다.

-추기경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촬영해온 걸로 알고 있다. 끝내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었다. =추기경님의 이미지가 내가 가까이에서 본 모습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한 추기경님은 나와 하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추기경님을 자주 만났던 사람들끼리 있는 그대로의 그분에 관한 기록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추기경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추기경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사적으로 되짚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사람 추기경을 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추기경님을 막연히 위대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그분을 위대하게 만드는지는 잘 모른다. 그 이유를 밝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느냐고 추기경님이 질문하셨을 때 약간 확신이 생겼다. 당신이 듣고 싶었던 말들, 제가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는 마음이었다.

-선종 직전의 힘든 모습이나 성격적인 단점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자기검열이나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나 자신도 처음엔 거부하려고 했다. 그런데 추기경님이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아다오”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났다. 작업하는 내내 그 말을 떠올렸다. 내 나름의 욕심이 있었다면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겹씩 의복을 정제하는 장면은 책무를 되새기는 성인의 모습으로 비친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추기경님이 일반 사람에서 추기경이 되는 부분이다. 옷을 한겹씩 걸칠 때마다 직분의 무게를 더하고, 마지막으로 관을 썼을 때 개인은 사라지고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존재만 남더라.

-배우 우기홍이 출연해 브리지처럼 연출한 장면의 안배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었나.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3년간 추기경님을 만났고, 그분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안내해야 할 것 같았다. 우기홍씨는 연극 <바보 추기경>에서 추기경님 역할을 했다. 추기경님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하고 애정도 큰 배우였다.

-기록했으나 담지 않은, 또는 기록하길 바랐으나 기록할 수 없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촬영한 장면은 거의 다 넣었다. 그래서 유인촌 전 장관이 오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기경님을 방문한 장면도 빼지 않고 다 넣었다. 국가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정치인들이 사회의 큰어른을 찾아가 상의하는 모습 자체는 좋아 보였다. 추기경님은 그때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 난 소회는. =야단맞을 짓을 했는데 야단맞지 않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언론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에 대한 성찰이 좀더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소하게 던지는 말들의 위력을 실감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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