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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하원준 감독의 <흑산도> 촬영현장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4-09-19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을 앞두고 있던 지난 8월15일 새벽, 청계천 세운상가 안쪽 골목길에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한 무더기 모여 있다. 각목부터 야구방망이까지 각양각색의 몽둥이를 손에 쥔 채 가로등 빛도 닿지 않는 으슥한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모양새에 누구라도 흠칫 놀랄 수밖에 없다. 신고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건만 현장 스탭들의 눈엔 그저 믿음직스러운 정의의 아군일 따름이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짝패> 이후 8년 만에 배우로 스크린 앞에 선 <흑산도>의 촬영현장은 액션스쿨을 그대로 옮겨왔다.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현장 PD는 촬영 때마다 최소 열댓명씩 대기 중인 액션스쿨 스턴트맨들 덕분에 웬만한 일로는 시비 붙을 일이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닌 게 아니라 촬영 시작을 알리는 구호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뛰어가는 배우들의 뒷모습에 군기가 바짝 들어 있다. 한껏 집중한 정두홍 감독에게 피해가 갈까 카메라 뒤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서울액션스쿨이 공동제작으로 참여한 <흑산도>는 머리에 칼이 박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형사 기만(정두홍)이 과거를 참회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단신으로 맞서는 원맨 액션영화다. 한국형 <테이큰>을 표방하며 중년의 원맨 액션에 최적화된 정두홍 감독을 전략적으로 캐스팅했다. 이날 촬영은 기만의 머리에 칼이 꽂히는 대형 액션 장면으로 대부분 밤 장면인 서울에서의 촬영일정 탓에 몸은 이미 녹초다. 하지만 방심이 곧 부상으로 이어지는 액션 신에 모두의 눈은 이내 야수처럼 빛난다. 정두홍 감독은 <정글의 법칙> 촬영 중 입은 발가락 부상으로 발차기조차 쉽지 않았지만 “스탭들의 열의를 보고 있으면 피곤함조차 미안해진다”며 오른발이 안 되면 왼발로 발차기를 시도한다. 해뜨기까지 이제 겨우 3시간, 그렇게 뜨는 해에 쫓기고 부상과 사투를 벌이는 속도전이 밤새 이어진다. 참치캔 뚜껑 하나로 무뢰배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정두홍표 생활형 액션이 어떻게 완성될지 기다려진다.

허락된 일정은 고작 20회차. 예산이 넉넉지 않아 하루라도 밀리면 곤란하다. 하원준(왼쪽) 감독은 정두홍(오른쪽) 배우와 액션스쿨팀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이들 역시 전력으로 응답한다. 따로 합을 맞추고 리허설할 필요 없이 서로간에 호흡이 척척 맞는다. 보통 2, 3일 걸릴 분량도 액션 대가들과 함께하니 하루 만에 뚝딱이다. 그렇다고 한 장면도 허투루 찍는 법은 없다. 동선을 짜는 감독과 배우의 표정은 촬영만큼 긴장감이 넘쳐 흐른다.

내로라하는 무술감독들을 조/단역으로 대거 기용한 초호화 캐스팅이다. 이날 한 장면 촬영을 위해 기꺼이 함께 오랜 시간을 대기한 <신세계>의 허명행 무술감독을 비롯해 이미 현장을 다녀간 무술감독 수만 해도 다섯이 넘는다. 장한승, 최봉록, 윤대원, 송민석 등 여러 무술감독들이 흔쾌히 촬영을 함께했다고. 강영묵 무술감독의 지휘 아래 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진정 호사스러운 액션이다.

정작 쉽지 않은 건 감정연기다. 액션만큼 감정연기도 중요하기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정두홍 배우는 “액션은 무술감독만 믿고 따라가고 감정연기는 류덕환만 믿고 있다”며 당당하게 동료들을 활용(?)한다. 기교보다 정서가 응축된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정두홍 배우의 눈빛연기에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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