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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아이 니” “아이시떼루”

<내일까지 5분전>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 배우 미우라 하루마

일본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신작 <내일까지 5분전>은 일본 감독과 배우, 스탭들이 중국 제작사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중국영화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아픈 과거를 간직한 시계수리공(미우라 하루마)과 일란성 쌍둥이 자매(중국 여배우 류시시가 1인2역을 연기한다)가 기묘한 사랑을 나눈다. 멜로영화 연출에 일가견을 보이던 유키사다 이사오 특유의 애틋함과 아련함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나, 중국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낯선 언어는 그의 영화세계에 얼마간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은 듯 보인다. <내일까지 5분전>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위해 부산을 찾은 유키사다 이사오(왼쪽) 감독과 배우 미우라 하루마(오른쪽)에게 그들이 완성한 첫 중국영화에 대해 물었다.

-일본 감독과 배우로서 중국영화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키사다 이사오_원래 일본에서 찍으려던 영화다. 그런데 최근 일본 영화계의 제작 환경상 이 작품을 영화로 구현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해외에서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에 부산영화제 아시아 프로젝트마켓(APM)에 참가했고, 중국 상하이의 프로듀서들이 손을 내밀어줬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의 무대를 상하이로 옮겨 일본, 중국 스탭들과 함께 작업했다.

미우라 하루마_우선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상대가 달라짐에 따라 사랑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영화 내내 중국어로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혼다 다카요시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과 어떤 점이 다른가. =유키사다 이사오_우리 영화는 설정부터 결말까지, 혼다의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다만 <자정까지 5분전>이라는 원작의 제목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자정이 되기 5분 전에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누구나 가진다. 하지만 자정이 5분만 지나도 우리는 다시 새로운 하루에 대해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원작의 테마가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료 역에 미우라 하루마를 캐스팅한 이유는. =유키사다 이사오_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도쿄 공원>에 출연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오직 그만이 가지고 있는 ‘조용한 성실함’이 있다. 그런 미덕이 영화 속 료에게도 필요하다고 봤다.

-료는 시계수리공이며, 이러한 설정은 원작과도 다른 점이다. =영화 속 쌍둥이 자매들은 성장 과정에서 늘 같은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 그녀들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료의 직업인 시계수리공이 상징성을 지닐 수 있다고 봤다. 더불어 시계수리공임에도 료의 시계는 언제나 정시보다 5분 늦게 맞춰져 있는데, 그런 그의 특성을 통해 인물의 불안정한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료는 먼저 어떤 행동을 하기보다 쌍둥이 자매, 루오란과 루메이의 행동에 반응하는 인물이다. 1인2역을 연기한 중국 배우 류시시와 연기하는 경험은 어땠나. =미우라 하루마_류시시씨는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굉장한 순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리에서 껴안는 장면을 연기할 때, 그녀가 보여준 순발력은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배우의 좋은 연기 덕분에 현장에 있는 스탭들의 사기가 단숨에 올라가는 순간을 피부로 느꼈다. 그녀가 왜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배우인지 알 것 같더라.

-이 영화의 가장 로맨틱한 장면 중 하나는 상대방의 언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이다. 한 영화 속에서 두 언어(일본어,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나. =유키사다 이사오_그 장면은 촬영 도중 불현듯 추가한 장면이다. 국적이 다른 스탭들이 섞여 있다보니 현장에서 각국의 언어를 서로에게 알려주는 스탭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보통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줄 때 가장 쉬운 단어부터 알려주려 하지 않나. 이를테면 사랑 고백에 대한 단어라든지. 그렇게 언어를 교환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 포함된다면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과 중국의 영화 제작환경은 많이 다르다. 이번 영화의 현장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느꼈나. =유키사다 이사오_중국에서의 현대극 촬영은 쉬운 일이 아니더라. 왜 중국에서 사극과 세트 촬영이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는지 이해가 됐다. 이미 모든 허가를 받고 길에서 촬영을 해도 중국 공안의 제지로 촬영이 중단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하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익숙해지더라. 중국 스탭들의 노력과 순발력 있는 현장 진행 때문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우라 하루마_나 역시 촬영하며 힘든 일이 많았지만, 어떤 상황이든 현장에서의 모든 경험은 나에게 공부가 되고 열매가 된다. 그런 믿음으로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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