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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은 시간 90분 <앵그리스트맨>

헨리(로빈 윌리엄스)는 큰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화만 내는 불쾌한 사람이 되었다. 주치의를 대신해 헨리에게 검진 결과를 통보하던 인턴 섀런(밀라 쿠니스)은 폭언을 퍼붓는 그에게 울컥해 살날이 90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헨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남은 90분을 알차게 보내고자 병원을 뛰쳐나가고, 섀런은 언제 뇌혈관이 터질지 모르는 그를 찾아다닌다. <앵그리스트맨>은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90일만 살 수 있다고 해도 분주할 판국에 90분이라니. 90분 안에 완수해야 하는 삶의 온갖 숙제, 그리고 혈관이 터지기 전에 환자를 찾아내야 하는 긴급한 사명이 고작 83분짜리 영화에서 겹친 것이다. 보는 사람도 애가 탈 것만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앵그리스트맨>은 너무 바쁘다 보니 오히려 맥이 빠진다. 집중을 안 하기 때문이다. 헨리는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아내와 집 나간 둘째아들과 화해해야 하는데, 그동안 보지 못한 지인들도 만나고 싶다. 시한부 영화의 주인공답게 그 와중에 인생의 의미까지 깨우친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지만 <앵그리스트맨>은 포기를 모른다. 영화와 별개로 <앵그리스트맨>은 로빈 윌리엄스의 존재 때문에 특별할 수밖에 없다. 헨리의 둘째아들은 아버지를 이렇게 말한다. “크고 요란하고 재미있었던 사람”이라고.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하고 석달 뒤에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도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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