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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 <내가 잠들기 전에>

S. J. 왓슨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인공이 겪는 공포의 근간은 기억상실에 있다. 40대의 크리스틴(니콜 키드먼)은 매일 아침 20대의 기억에서 멈춘 채 깨어난다. 난생처음 보는 남편(콜린 퍼스)이 늘 옆에 있고, 거울에 비친 노화된 자신의 얼굴은 생경하다. 남편은 대학 동창이던 자신들이 결혼을 했고, 그녀가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남편이 출근한 뒤 걸려온 전화 한통, 내쉬 박사라는 사내가 자신이 그녀의 치료를 돕고 있는 정신과 의사이며, 침실 서랍장에 기억을 되살려줄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고 알려준다. 내쉬 박사와 만나 단편적으로 생성된 기억들을 통해 남편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틴은 누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기억을 잃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다. 기억은 자기동일성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을 수 있는 것은 어제 내가 한 행동들을,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한 원인들을 오늘에도 기억하고 동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먼 훗날 자다가도 발차기할 만큼, 동의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이 또 인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기억을 잃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매우 폭력적인 상황의 실체적 공포와 연결시킴으로써 긴장감을 획득한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그 긴장감은 맥없이 느슨해지고, 모든 갈등의 근원과 해결에 모성을 배치함으로써 구태의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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