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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라는 세계의 야만성 <웨스턴 리벤지>
김보연 2014-10-29

1871년,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떠났던 존(매즈 미켈슨)은 7년 만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난다. 존은 가족과 함께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에 차 있지만 그 꿈은 곧 산산조각난다. 우연히 만난 불한당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고 만 것이다. 존은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그들이 죗값을 치르게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벌어진다. 죽은 불한당의 형인 델라루 대령(제프리 딘 모건)이 복수를 위해 존을 찾아나선 것이다.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레브링 감독이 만든 서부극 <웨스턴 리벤지>는 ‘서부’라는 세계의 야만성을 묘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영화는 시작과 거의 동시에 성폭행과 아동 살인을 보여주고, 계속해서 끔찍한 사건들을 잇따라 묘사한다. 당혹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서부의 잔혹함에 대해 영화는 건조한 태도를 취한다. 서부는 원래 이런 곳이었다는 듯 무심하게 지옥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 야만적인 사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며 <웨스턴 리벤지>를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은유로 작동하게 한다. 이는 분명 흥미로운 시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심어넣은 지나치게 도식화된 의미들이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활약까지 묻어버린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악당의 광기를 설명하기 위해 인디언 학살을 불러오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를 현재와 오버랩시키는 등 의미심장한 서사 장치를 너무 자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바람에 정작 주인공의 복수가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결국 <웨스턴 리벤지>는 문명 비판이라는 주제 의식만 기억에 남는 심심한 복수극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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