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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영화는 질문을 던지는 기계
김성훈 윤혜지 2014-10-30

<거룩한 소녀 마리아> 디트리히 브뤼게만 감독

디트리히 브뤼게만은 독일 포츠담 바벨스베르크콘래드울프 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데뷔작 <아홉개의 신>(2006)으로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독일영화전망 부문에 진출했고, 2012년에 만든 트렌디한 코미디영화 <무브>로 상업영화쪽에도 소질을 보였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과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에도 초청된 신작 <거룩한 소녀 마리아>의 시나리오는 여동생 안나 브뤼게만과 함께 썼다. 남매는 뮌헨, 남아프리카, 독일 남부의 작은 시골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여동생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함께 줄거리를 생각해내고 인물을 만들었다. 대사는 대부분 내가 썼다. 작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처음 아이디어는 추운 겨울날 베를린에서 자전거를 타다 생각났다.

-광신적 신앙을 가진 부모와 자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뭔가. =세계 어느 곳에나 자녀를 엄하게 키우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런 양육 방식은 아이들에게 독이 된다. 우리 남매도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어릴 때 우리 가족은 피우스교단과 잠깐 교류가 있어 광신적 교단으로 알려진 이곳에 몇달간 발을 들인 경험이 있다. 극단적인 종교집단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슬람근본주의, 인도의 힌두민족주의, 미국의 복음주의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종교들의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또한 내 질문의 출발점은 자유롭고 중도적인 독일 사회에도 이런 경우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14장의 롱테이크 시퀀스로 장면을 나눈 이유가 궁금하다. 각 장의 제목도 성경 인용구와 비슷하다. =우선, 내가 항상 롱-싱글테이크에 매료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형식은 가톨릭의 명상 형식이다. 가톨릭교회에는 대개 예수의 고난을 그린 열네점의 성화가 걸려 있다. 이를 ‘십자가의 길 14처’라고 하는데 이 형식을 따온 것이다.

-엄격한 화면 틀이 인상적이다. 촬영방식에 모범이 있나. =이 특별한 형식은 아트하우스영화들의 일부다. 냉정하고, 고요한 카메라 촬영방식은 미하엘 하네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에서 볼 수 있다. <거룩한 소녀 마리아>의 형식도 아마 그런 흐름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고정된 촬영방식은 로이 안데르손 감독을 모범으로 삼았다.

-카메라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몇번의 카메라 이동이 더욱 눈에 띈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세번 움직인다. 첫 번째는 견진성사 장면에서다. 이때 마리아는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두 번째는 마리아가 죽는 장면이다. 산 자의 세계에서 죽은 자의 세계로의 이동이다. 세 번째로는 마리아가 묘지에서 하늘로 가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은 해석을 생산하는 기계”라 하지 않았나. 나는 질문을 던지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고,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전작 <무브>와 비교하면 무척 다르다. =어떤 영화든 그에 맞는 형식이 있다. 형식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일 때도 많다. <무브>는 8명의 등장인물들이 여러 장소에 흩어져서 사건이 진행된다. 카메라도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찍었고, 여러 계절을 촬영하며 세월이 흐르는 것도 보여줘야 했다.

-영화 말고 다른 관심사는. =가장 사랑하는 건 역시 음악이다. 무성영화를 보며 피아노 연주도 하고, 밴드에서도 연주를 한다. 80년대의 낡은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데 늘 여기저기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종종 차를 정비하기도 한다. 도시 하이킹도 좋아하는 편이다.

-차기작은 뭔가. =다음주에 첫 촬영에 들어간다. 독일 네오나치에 관한 코미디인데 이번 영화와는 정반대의 영화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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