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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천천히, 단단히 가고 싶다

투자배급사 와우픽쳐스 설립해 새로운 출발을 한 김주성 대표

와우픽쳐스 김주성 대표는 광고(제일기획), 방송(CJ미디어 대표(2009∼2012년)), 영화(삼성영상사업단(1995년), CJ엔터테인먼트 대표(2005∼2009년)), IPTV 플랫폼(KT미디어허브 대표(2012년)) 등 콘텐츠 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 경영인이다. 올해 초, KT 황창규 신임 회장 체제에서 유임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를 나와 투자배급사 와우픽쳐스를 설립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시절, 해외 공동제작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던 그는 “최종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잘해보려는 건 아니다. 아시아와 전세계에 통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회사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업무가 아니니 정신이 없진 않다. 기존에 해왔던 것을 하는 건 의미가 없는 듯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황창규 신임 회장 체제의 KT에서 유임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를 나와 투자배급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KT미디어허브에서 IPTV 사업을 2년 반 정도 하면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회사 분위기가 플랫폼을 더욱 강화하자는 쪽으로 굳혀졌다. 황창규 회장님에게 콘텐츠 사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다행스럽게도 회장님이 KT와 협조할 수 있는 콘텐츠 회사로 만들겠다는 내 입장을 잘 이해해주셨다.

-초기 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게 과제였을 것 같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이 콘텐츠 산업이 장래가 있다는 데 동조해줬고, 내가 콘텐츠 산업에 경험이 많다는 사실도 잘 봐줘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창립작은 KT미디어허브 시절 투자했던 <상의원>(제작 영화사비단길, 상의원문화산업전문(유)•감독 이원석•출연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이다. 쇼박스가 배급한다. 창립작으로선 규모가 큰데 출발이 화려하다. =운이 좋았다. <상의원>은 <더 파이브> <연애의 맛>과 함께 KT 펀드를 통해 투자했던 작품이다. KT가 콘텐츠 사업을 접기로 했을 때 이걸 끝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와우픽쳐스를 설립하면서 가지고 나온 것이다. 배급을 직접 해도 되겠지만 제작자와 함께 진행했던 작품이니 이 영화를 잘 배급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자고 했고, 그때 쇼박스가 강력하게 원해서 공동으로 배급하게 됐다.

-배급 사업은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인가. =<상의원>이 끝나면 앞으로 몇 개월 정도 공백 기간이 있을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배급 라인을 잘 짜서 다음 영화부터는 직접 배급할 생각이다.

-CJ, 롯데, 쇼박스, NEW 같은 대형 투자배급사와 리틀빅픽쳐스, 인벤트스톤 같은 중소 규모의 배급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서 신생 사업자로서 콘텐츠 라인업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한다면 승산이 없다. 와우픽쳐스의 모토는 ‘친(親)창작자’ 투자배급사가 되는 것이다. 투자배급사가 창작자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영화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몇편을 함께하면, 창작자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더 편하고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1년 혹은 2년 이상 걸릴 것 같다. 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어떻게 작품을 확보할 것인가. 기존의 투자배급사들이 기획개발이 완료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선구안을 발휘해 그보다 더 앞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것 같다. 리스크를 좀 감수해야겠지만 말이다.

-그간 CJ, KT 같은 대기업의 우산 아래에서 사업을 펼쳤다면 이제부터는 생존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와우픽쳐스는 경영인 김주성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 같다. =진정한 시험대라기보단 그런 생각을 한다. 창작자를 잘 도와서 한국 상업영화의 수준과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우고 싶다. 영화 산업을 두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표현을 쓰며 도박 산업 같다는 말을 하지 않나. -43.5%라는 한국영화 역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2008년에도 CJ엔터테인먼트는 흑자를 냈다. 그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할리우드의 파라마운트 역시 매년 10~15% 성장한다. 영화는 결코 도박 산업이 아니다. 투자배급 사업의 핵심은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야 한다’가 아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얼마나 잘하는가가 중요하다. 원가를 많이 쓰는 한이 있더라도 높은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만들어내고, 좀 적게 챙기더라도 덜 깨지면서 연간 10% 정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KT미디어허브 시절, 여러 이유 때문에 시도해보지 못해 아쉬운 사업은 없나. =플랫폼으로 KT의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 영화, 드라마, 음악, 방송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싶었다. KT라는 브랜드도 신뢰가 있으니 CJ와 경쟁 구도를 가지고 가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콘텐츠를 가지고 해외에도 진출하고, 모바일쪽으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고. 생각은 많았는데…. 와우픽쳐스에서는 기존의 투자배급사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애니메이션과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 드라마를 제작해보고 싶다.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골프, 농구, 테니스, 달리기 등 운동을 즐기는데 최근에는 허리가 아파서 잘 못하고 있다. 앞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고 싶다. 옛날에 <씨네21> 같은 잡지사 에디터가 되는 게 꿈이었다. 얼마 전에 일본 전통 료칸을 다녀왔는데 사진 찍고, 맛있는 음식 먹고, 푹 쉬어서 무척 좋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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