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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경찰학교, 여기가 바로 전장이다!
이다혜 2014-11-06

<교장>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 비채 펴냄

일본의 경찰물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춤추는 대수사선>이지 싶다. 대체로 캐리어와 논캐리어의 대립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캐리어는 한국식으로 설명하면 고시를 합격한 소수의 엘리트를, 논캐리어는 일선에서 뛰는 경찰을 말한다.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캐리어와 당장의 사건 해결을 위해 애쓰는 논캐리어의 대립이 거대한 사건과 맞물리는 식의 이야기는 그 변주도 많아서 요코야마 히데오는 14년 전 미제로 끝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64>라는 작품으로 풀어냈다.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교장>의 특이한 점은 경찰물이지만 사건의 현장이 아니라 경찰학교의 교장이 무대라는 데 있다. 주인공들은 바로 그곳의 학생들과 백발의 교관 가자마. 그러므로 당연히 학원물의 성격을 띠게 된다. 학생들은 낙오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곳에서는 낙오가 드문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이 된다는 일의 묵직함이, 에피소드마다 훈련 과정으로 녹아 있다.

학생들간에 벌어진 사건을 소재로 한 단편집 형태를 띤 <교장>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 관찰력 뛰어난 가자마에 의해 분쇄되고 사건은 해결되는 구성을 하고 있다. 그 사건들은 경찰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실패할 기회를 얻는 공간으로서의 경찰학교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이곳은 정글이라, 학생의 머릿속에는 “체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각오만이 가득하다. 거름망, 체. 거기서 구멍 사이로 성기게 흘러나가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많이 얻어맞아도 끝까지 가느다란 그물 위에 발을 걸치고 있어야 한다. 그 심리를 이해하고 나면 <교장> 속 학생들의 비장함을 이해할 수 있다. 기숙사부터 학교생활까지 고립된 사회, 그 안의 위계.

거기에 더해 교관 가자마가 있다. 눈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선생. 백발의 머리가 상징하는 관록은 가자마에게 있어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지력을 부여한다. 말하지 않은 것을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능력의 소유자인 그는 학생을 인간적으로 격려하고 응원하지 않는다. 졸업을 코앞에 둔 학생에게 “포기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고, 학생에게 시시콜콜한 일을 전부 보고하라고 시킨 뒤 그 학생이 그로 인해 스파이라고 동급생들의 외면을 받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이 책 내내 고난을 맛본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적어내는 담담한 소감을 읽는 후반부에 이르면, 사회와 인류에 대한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나 부주의가 불러올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책임감이야말로 경찰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이 작가가 믿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라장이든 좌절이든,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라면 성장하고, 그것이 글에서 묻어나온다. 문집에 싣는 글을 읽고 설명하는 가자마의 목소리는 이 책을 학원물 같은 경찰물, 그렇지만 충분히 경찰물다운 무엇으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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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학교, 여기가 바로 전장이다!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