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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마음속 어둠을 열정으로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4-11-10

<카트> 도경수

참 반듯한 청년. 스튜디오에 들어선 도경수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와 큼지막한 눈이 만들어내는 묘한 신뢰감.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촬영 내내 별말 없이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왠지 듬직해 보인달까. 그건 반듯함과는 또 다른 신중함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도경수는 예의 해사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건 또 제 주변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데울 줄 아는 능력 같아 보였다. 그런 도경수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 <카트>에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대하는 아들, 여동생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쌀쌀맞은 오빠로 변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른 도경수가 보여주는 방황 혹은 반항이란 어떤 걸까. 지켜보고 싶었다.

<카트>에서 도경수가 연기한 고등학생 태영은 시종일관 까칠하고 무뚝뚝하다. 이유는 있다. 마트 일로 만날 바쁜 엄마(염정아)가 깜빡 잊고 급식비를 미납해 속상해서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구형 휴대폰을 쓰는 것이 못마땅해서이기도 하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속내를 속 시원히 말로 옮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돌파구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을 마음속에 체증처럼 쌓아둘 뿐이다. 그런 태영이 도경수는 아주 낯설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와 태영은 어떤 면에서는 많이 비슷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한테 화 한번 내본 적이 없고 친구랑 싸워도 큰소리를 낸 적이 없다. 마음 깊은 곳에 상처는 남았겠지만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으려고 한다.” 불만은 좀 있어도 그저 평범하고 조용해 보이던 태영이 어느 순간 자기 안의 불만을 터뜨렸을 때, 도경수는 적잖이 당황했다. “태영이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내가 그렇게까지 소리를 질러본 게 난생처음이었다. 안 해본 걸 하려니까 내가 너무 힘들더라.”

돌이켜보면 낯설고 어려웠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땐 아무것도 몰랐다. 시나리오를 본 것도 처음이고 인물 해석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감독님과 첫 미팅 땐 손이 저릴 정도로 긴장해 리딩을 어떻게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연기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뒤 허둥대던 그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돼준 건 부지영 감독이었다. “경수와 크랭크인하기 전에 최소한 열번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 감독은 대뜸 도경수를 불러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도경수가 자신의 어두운 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이 어쩌면 태영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나도 태영처럼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깃집 서빙 일이었는데 그 일로 번 돈을 부모님께 드리려고 했다.” 도경수는 부지영 감독이 추천해준 영화를 본 뒤 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 역시 자신에게 상당히 큰 자극이 됐다고 말한다. “<노예 12년>에서 주인공이 고문을 당할 때 창문 너머로 백악관이 보인다. 혼자 볼 땐 아예 안 보이던 장면이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처음 눈에 들어오더라. 신기했다.” 연기에 첫발을 딛는 도경수에게 특훈이랄 건 없었지만 영화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이 시간들을 통과하며 그는 <카트>에 조금씩 더 몰두해갔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항상 마음에 두었다”는 도경수는 마침내 올해 그 꿈을 이뤘다. <카트>에 이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색깔 분명한 연기를 보여주며 EXO의 디오가 아닌 배우 도경수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가수로 무대에 오르면 4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매력을 다 보여줘야 하잖나. 그 아쉬운 점을 연기가 채워주는 것 같다”는 그에게 연기는 또 다른 쾌감의 영역이다. 요즘도 틈만 나면 혼자 극장을 찾는 그는 최근 <10분>(감독 이용승)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영화를 본 후 없던 감정이 막 생기더라. <카트>처럼 이 영화도 비정규직을 다뤘다. 주인공 연기를 너무도 해보고 싶다.” 현실감 짙은 영화에 끌린다는 그가 조만간 또 어떤 얼굴을 하고 나타날까. 그게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이 됐건 도경수에게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연기가 정말 너무너무 재밌다”는 그에게 연기의 세계라면 무조건 가보고 싶은 신세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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