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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시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박소미(영화평론가) 사진 백종헌 2014-11-14

<나의 독재자> 김병한 미술감독

필모그래피 2014 <나의 독재자> 미술감독 2014 <신촌좀비만화> 미술감독 2013 <변호인> 미술팀장 2013 <설국열차> 세트 디자이너 2011 <고지전> 미술팀 2010 <악마를 보았다> 컨셉 디자인 2010 <이끼> 소품팀 2009 <마더> 세트 드레서 2007 <눈부신 날에> 촬영팀 2005 <새드무비> 촬영부

“시대극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나의 독재자>는 김병한 미술감독의 입봉작이다. 하지만 ‘얼음’ 대신 ‘어름’이 적힌 간판이 즐비한 70년대 거리는 그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류성희 미술감독팀에서 <고지전>과 <변호인> 등을 제작하며 시대극만의 독특한 공기와 방법론을 익혔기 때문. 미술팀 식구들도 시대극에 정통한 팀원들로 꾸렸다. 옛날 풍경이 사실적이라는 칭찬에 차분하게 답하던 그가 미술팀에 고마움을 표한다. “70년대 가구와 창문과 벽지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팀원들 덕이 커요.”

하지만 그의 드림팀에도 북한은 낯선 소재였다. 자료가 많지도 않고 접근이 쉽지도 않았다. 국내외 다큐는 기본이고 해외 블로그와 도서관 자료도 섭렵했다고 한다. 짐작건대 그는 질과 양 중에 양을 믿는 사람일 것 같다. 양손을 벌려 최대한 많은 자료를 긁어모은 뒤 돋보기를 들고 작품의 톤에 어울릴 만한 것을 꼼꼼하게 골라냈다. 질을 위해 양을 선택한 셈이다. 이해준 감독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인 염소가 등장하는 북한 포스터를 말했을 때 “찾아봤는데 있었어요. 보여드렸더니 ‘시나리오에 그냥 쓴 건데 진짜 있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시대극은 단순히 한 시대를 똑같이 꾸며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성근(설경구)의 집이 20년에 걸쳐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건 그에게 또 다른 숙제였다. 영화에서 건너뛴 세월 동안 인물들이 겪었을 일을 집안 분위기에 녹여내야 하는, 그러니까 시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성근이 망상에 시달려 요양원에 들어가고 태식(박해일)이 군대를 다녀오는 사이 노모가 세상을 떠난다고 설정했어요. 노모가 죽고 8년 정도 빈집이었다는 것도 고려했고. 영화 초반이 단칸방에서 셋이 복닥거리는 분위기라면 후반은 노모 혼자 쓸쓸하게 살다간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나의 독재자>의 김병서 촬영감독은 그의 친형이다. 하지만 25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촬영감독이 된 형과 달리 그는 29살에 <마더>를 하기 전까지는 영화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른 즈음에 누구나 하는 이상한 방황이 있잖아요. 저도 그랬는데 그때 류성희 감독님을 만나 <마더>를 하면서 정말 재밌었어요.” 형에게 아버지와 같은 고 유영길 촬영감독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류성희 미술감독이 있었다. <나의 독재자>는 다른 듯 닮은 두 형제가 크레딧에 처음으로 촬영감독과 미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시대극에 능통한 이 감독, 꼭 해보고 싶은 장르도 멜로이고 차기작도 이윤기 감독의 멜로영화 <남과 여>라고 한다. “정말 하고 싶었던 장르였는데 현대극을 해본 적도, 서울을 배경으로 작업한 적도 거의 없어” 막상 시작하고 보니 너무 어렵다며 수줍게 웃는다. “맨 처음이 힘들지 가는 길만 터득하면 이후에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그에게 더이상의 방황이란 없다.

도서관에서 수집한 자료들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도 도서관이다. 별의별 자료가 다 있다. 팀원들이 각자 수집한 자료를 디지털화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어느 도서관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우리끼리 루트를 정리하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이랄까.” 이제 막 시작한 차기작 <남과 여>를 위해 그가 보고 있는 책에는 벌써 마킹이 수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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