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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미팅 한번 하실래요?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4-11-10

아시아 다큐 마켓,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2014 현장을 가다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2014 행사에서 피칭 중인 <두 개의 문2>의 이혁상 감독.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강석필 프로그래머 방송사쪽에서는 박경근 감독의 <군대놀이>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한 방송사 관계자 사실 저희가 국방부나 교육부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방송보다는 극장 개봉이 맞는 작품인 것 같아요. (좌중 폭소)

아트나인 정상진 대표 영화 속 군인 초상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방부가 소송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건지 고민이 필요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부산영화제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 홍효숙 프로그래머 감독님이 군복 입는 것을 신경쓰기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좀더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박경근 감독 조언 감사합니다.

패널들의 돌직구는 예상대로 묵직했다. 군대를 소재로 한 작품인 까닭에 군복까지 입고 피칭한 박경근 감독도 당황하지 않고 돌직구를 받아냈다. 덕분에 투자사, 국내외 방송사와 배급사, 극장 등 영화와 방송 산업 관계자들이 ‘ㄷ’ 형태로 둘러앉은 피칭 무대가 확 달아올랐다.

지난 11월4일 오전 파라다이스호텔 인천에서 진행된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2014 한국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12편이 소개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일대에서 백인들을 상대로 인기 관광 상품이 된 사자 사냥 이야기를 그린 박환성 감독의 자연다큐멘터리 <킹 인 어 케이지>는 NHK로부터 “인간의 탐욕을 그린 이야기가 흥미롭다”며 함께하고 싶다는 제안을 즉석에서 받았다. “예산 1억7천만원이 작품 규모에 비해 좀 많은 것 같다”는 산수벤처스 김동현 책임심사역의 말을 들은 <길모퉁이의 가게>의 이숙경 감독은 “스탭들에게 인건비를 제대로 주면서 작업하겠다.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돈을 달라(웃음)”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요청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는 창작자와 영화 및 방송 다큐멘터리 산업의 여러 관계자들이 화끈하게 만난 자리였다.

창작자와 투자자의 실질적 거래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는 영화계와 방송 다큐멘터리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와 국내외 영화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게 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행사다.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피칭을 통해 실질적인 거래가 성사되는 게 중요하다.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창작자들의 피칭을 누가 듣는가가 중요했다.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려면 각 회사에서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그런 파트너들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신경썼다. 덕분에 행사 기간인 사흘 동안 총 243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동안 창작자와 투자자들의 만남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효율적인 행사 운영도 한몫했다. 인천아트플랫폼과 하버파크호텔 두 공간을 오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파라다이스호텔 인천 한곳에서 피칭, 컨퍼런스, 개별 미팅, 숙박 모두가 진행됐다. 개별 미팅이 이루어지는 오후 시간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피칭 행사는 오전에 배치됐다. 상상마당 진명현 영화사업총괄팀장은 “이제 겨우 2회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진행이 노련했다. 모든 행사가 호텔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참가자들의 동선이 최소화되었고, 덕분에 미팅 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한국 다큐멘터리만 소개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아시아 다큐멘터리가 소개된 것도 눈에 띄었다. 올해 아시아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소개된 작품은 <슬픈 늑대> <존9> 등 총 10편.

아시아 다큐가 세계로 향하려면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한국 다큐멘터리가 산업으로서 아직 초기 단계라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며 “산업으로서 시스템을 갖춘 유럽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다큐멘터리는 극영화만큼 공동제작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가 공동제작을 위한 네트워크의 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시아 다큐멘터리 피칭을 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해외 파트너와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노력 덕분에 올해는 CBC 뉴스 네트워크, CNEX 파운데이션, 퍼스트 핸드 필름스, NHK, NHK World TV 등 국내외 주요 방송, 영화, 다큐멘터리 관련 회사 및 기관 200곳 1천여명이 인천에 모였다.

해외 파트너의 참가는 국내 투자자, 방송사, 제작자에게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12년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선정작이자 지난해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에 참가해 SJM 문화재단 펀드 지원작으로 선정된 <목숨>(감독 이창재, 당시 제목은 <림보에서 보낸 한철>)을 투자, 배급하는 CJ E&M 콘텐츠 개발팀 유진희 매니저는 “사실 한국 시장에서 다큐멘터리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 돌파구가 해외 시장인데, 해외 여러 지역에 있는 파트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가 해외 파트너들을 모아준 덕분에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여주기 위한 피칭 행사보다 실질적인 거래를 유도하고 행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지역 다큐멘터리 파트너들을 모은 덕분에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2014는 창작자와 투자자가 만나는 ‘포트’(항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큐멘터리 플레이어들이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내일부터 내년을 준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2회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시상식 결과

베스트 코리안 프로젝트(3천만원) <두 개의 문2> 베스트 아시안 프로젝트(3천만원) <선> 베스트 러프컷 프로젝트(1천만원) <위로공단> 다큐 스피릿 어워드(2천만원) 한국 부문 <군대놀이> 다큐 스피릿 어워드(2천만원) 아시아 부문 필리핀의 <블리스> 베스트 신인 프로젝트(1천만원) <증발> KCA&펀딩21상(1천만원) <이방인> 라브르베르코리아상(500만원) <잡식가족의 딜레마> 써니 사이드 오브 독 어워드(2015 아시안 사이드 오브 더 독참가비, 숙박, 항공권 제공) <슬픈 늑대> 독엣지 어워드(2015년 독엣지 참가비, 숙박 제공) <말해의 사계절> <엄마와 나, 신녀는 홀로 걷는다> SJM 문화재단 펀드 <길모퉁이의 가게> <두 개의 문2> 현물지원/극장개봉지원(완성, 개봉할 때 2주간 상영 보장) *영화사 진진, 아트하우스 모모 <증발> *인디스페이스 <말해의 사계절> *아트나인 <두 개의 문2> *CGV 아트하우스 <비상식량 프로젝트>

“참사는 언제든 통하는 다큐의 소재다”

베스트 코리안 프로젝트, SJM 문화재단 펀드 등 4관왕 수상자 <두 개의 문2> 이혁상 공동감독

-4관왕을 차지했다. 수상 소감부터 듣고 싶다. =일단 기쁘다. 예상했냐고? 쟁쟁한 작품들이 많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피칭을 안정적으로 한 게 인상적이었다. =발표력과 작품성은 또 다르지 않나. (웃음) 하나도 아닌 무려 4개 상을 수상하면서 작업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피칭 때 산수벤처스 김동현 책임심사역이 “2016년 개봉할 때, 잊혀진 사건인 용산참사를 관객에게 다시 알리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이후 지금까지 여러 참사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고. 국가가 국민을 버려둔 구조적, 시스템적 참사들이다. 용산참사 때 열심히 싸웠더라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까. 우리는 왜 바뀌지 않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용산참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다큐멘터리 소재로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두 개의 문2>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 =지난해 말부터 촬영했고, 현재 프로덕션의 20% 정도 진행됐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우리도 기대된다.

-4관왕을 차지하면서 확보한 예산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나. =예상하고 있는 총예산은 2억3천만원 정도다. 수상하면서 예산의 반 정도를 확보했다.

-앞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주인공 이충연씨를 계속 따라다닐 거다. 그리고 구조된 철거민들을 인터뷰할 것이다. 각자의 기억이 달라서 현재 <라쇼몽> 같은 상황이 되었다. 기억은 각기 다르지만, 하나로 모아지는 지점이 분명 있을 거다. 또 현재 이충연씨의 사회 복귀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는데, 새로운 출발을 하는 그를 카메라에 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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