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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 <카트>

대형마트인 ‘더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카트>는 배우들의 호연과 깔끔한 연출이 어우러진 담백한 작품이다. 노동쟁의를 다룬 영화라면 지나치게 무겁거나 관객의 감동을 쥐어짜는 스토리가 되기 쉬운데 <카트>는 현명하게 그런 함정을 피하면서 자기 길을 갔다. <카트>의 영화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전에, 노동쟁의라는 소재가 상업영화로 진입했다는 의미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동쟁의를 다루어왔지만, <카트>가 상업영화 진출의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대형마트 이름이 ‘더 마트’인 까닭도 고유명사로서의 의미보다 한국 대형마트의 현실을 폭로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카트>의 서두는 육체노동은 물론이고 감정노동까지 견뎌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을 객관적 위치에서 묘사한다.

5년째 모범사원으로 인정받아 곧 정규직 전환을 앞둔 선희(염정아)는 회사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라고 믿고 누구보다 열심히 직분에 충실했다.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진로를 고민 중인 20대 미진(천우희) 등 ‘더 마트’ 비정규직 사원들은 입장은 다르지만 고강도의 노동을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비정규직 사원 대상 정리해고 통보는 청천벽력이다. 뜻을 모은 비정규직 사원들은 혜미를 중심으로 노조를 꾸리고 회사를 상대로 한 투쟁을 시작한다. 예상대로 회사는 강경책과 회유책을 번갈아 쓰면서 노조원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노조원들의 이탈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사원인 동준(김강우)은 노조원 편에 서서 그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카트>는 한명의 영웅적 주인공을 설정하지 않고 투쟁과 승리라는 공식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인물의 처지와 복잡한 상황을 비교적 고루 보여준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9)로 장편 데뷔한 부지영 감독은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 프로젝트’ 중 하나인 단편 <산정호수의 맛>에서도 대형마트 직원인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룬 바 있다. <산정호수의 맛>은 대형마트 직원인 중년 여성이 젊은 남자 직원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미묘한 감정을 잡아낸 멜로드라마였다. 아마도 <카트>에는 생략된 한 부분의 사연이 거기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배우 염정아의 존재 확인과 신인배우 도경수의 발견은 <카트>에서 얻은 또 다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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