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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다큐멘터리 <상해전기>
김보연 2014-11-12

2010년에 열렸던 ‘상하이 세계 엑스포’의 지원을 받아 만든 지아장커의 <상해전기>는 ‘상하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중국 사회를 구성하는 의미망을 짚어보려고 시도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상하이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가진 17명의 출연자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들, 국공내전이나 문화대혁명 당시 겪었던 사적인 경험담들이다. 두 번째는 출연자들의 인터뷰 사이에 삽입된 영화들이다. 페이무의 <작은 마을의 봄>, 허우샤오시엔의 <해상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중국>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 장면들과 함께 상하이가 영화에서 어떤 무드로 그려졌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지아장커의 페르소나인 자오타오가 상하이의 거리를 떠도는 짧은 장면들이다.

<상해전기>는 워낙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맥락을 교묘히 배치했기에 출연자들의 짧은 인터뷰와 인용한 영화만으로는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파악하기 힘들다. 어떤 장면에서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중국의 현재 모습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읽히기도 한다. 이처럼 애매함을 조장하는 듯한 감독의 태도에는 혼란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참고점으로 삼을 만한 것은 자오타오가 보여주는 슬프고, 허무하게까지 느껴지는 눈빛이다. 그 다채로운 개인들의 기억과 감정을 덮어버릴 것 같은 현재 상하이의 압도적인 도시 풍경 앞에서 그녀는 지금 그런 표정밖에 지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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