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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죽음보다 강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강원도 횡성군에 다정한 노부부가 산다. 100살을 바라보는 조병만 할아버지는 국내 최고령의 로맨티스트일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약간의 장난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과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예쁘다는 칭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할아버지 덕에 강계열 할머니는 아흔이 다 되도록 소녀 같다. 한밤중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워 잠든 남편을 깨워 함께 간다.

부부의 이야기는 이미 TV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백발의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인간극장>이 죽음의 그늘을 예견하면서도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서 끝을 맺었다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기어이 그 이후를 보여주려 한다. <인간극장-백발의 연인>으로부터 3년 후, 그들의 삶은 여전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몸을 쓰면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금세 밭아진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변화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로맨스는 죽음보다 강하다. 감독은 범인들의 삶에 주목하는 <인간극장>의 장점을 이어받는 동시에 그와는 다른 시도를 한다. 제작자의 내레이션을 다 걷어내고 인터뷰도 거의 배제했다. 감독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다큐멘터리가 오로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인간극장>이 매회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만드는 데 조바심을 냈다면 이 영화는 별다른 사건을 강조하는 법 없이 시종일관 담담하다. 제목은 고대가요 <공무도하가>의 한 대목에서 따온 것인데, 하오체는 부부의 실제 대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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