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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인 듯 아닌 듯한 12년 <러브, 로지>

연애인 듯 아닌 듯한 관계를 일컫는 ‘썸’은 인생에 활력을 준다.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어느 선을 넘으면 ‘간보기’ 혹은 ‘결정 장애’로 보일 수 있다. <러브, 로지>의 로지(릴리 콜린스)와 알렉스(샘 클라플린)는 무려 12년 동안 ‘썸’을 탄다. 달콤했던 10대의 ‘썸’은 20~30대로 이어지면서 인생의 단맛은 물론 쓴맛, 신맛까지 경험하게 만든다. 로지와 알렉스는 18살 생일에 운명적인 실수를 한다. 술에 만취한 둘은 키스를 하지만 로지는 필름이 끊겨 응급실에 실려가고, 어제 일은 몽땅 다 잊고 싶다고 말한다. 알렉스는 자신과의 키스조차 잊고 싶어 하는 줄 알고 상처를 받는다. 이 사소한 오해로 12년간 둘은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서로를 인공위성처럼 맴돈다. 로지는 홧김에 저지른 첫 경험으로 임신을 하고, 이후 둘은 다른 길을 간다. 출산, 육아, 약혼, 결혼, 파혼, 이혼, 또 결혼하는 상대를 지켜보며 인생이 상당히 어긋나고 있다고 생각하던 로지와 알렉스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에 도달한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는 한 커플의 긴 ‘썸’사(史)는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 않지만 둘의 로맨스를 제외하고도 흥미를 끄는 가족관계와 소소한 유머로 지루하지는 않다. 릴리 콜린스의 상큼한 외모와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스피디하고 감각적인 편집 그리고 매력적인 O.S.T도 흡인력을 더한다. 다만 둘의 운명적 만남을 위해 소모된 연인들이 비호감으로만 묘사되는 건 거북하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선 스쳐가는 인연들일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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