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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행복에 대한 지나친 몰두가 행복을 방해한다
이주현 2014-12-11

<꾸뻬씨의 행복여행> 원작자 프랑수아 를로르

정신과 의사 헥터의 ‘행복 찾아 삼만리’를 유쾌하고 따스하게 풀어놓은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프랑수아 를로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프랑스 파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꾸뻬씨의 행복여행> <꾸뻬씨의 시간여행> 등 ‘꾸뻬씨’ 시리즈로 유명해진 작가다. 그에게 가장 최근 행복을 느낀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바로 몇분 전, 11개월 된 아들과 놀면서 행복을 느꼈다”는 답이 돌아왔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하는 프랑수아 를로르와 책, 영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나눴다.

-책과 영화의 차이 중 하나는 꾸뻬가 여행을 떠나는 결정적 동기인 것 같다. 소설 속 꾸뻬는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고 싶어 떠나지만 영화 속 헥터는 불행한 삶과 현실의 매너리즘을 타계하고 싶어 떠난다.

=차이를 잘 짚었다. 꾸뻬는 이타적인 자극에 의해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환자들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더 나은 정신과 의사가 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스스로 행복해진다. 반면 영화 속 헥터는 자신의 불행에 대해 더 걱정하고 그 불행을 없애는 법을 배우려 한다. 어떻게 보면 스크린에서 보여주기에 더 적합한 설정인 것 같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꾸뻬가 프랑스 파리의 정신과 의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주인공 캐릭터는 영국 배우 사이먼 페그와 로저먼드 파이크가 연기한다. 영국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나.

=헥터 역에 프랑스 배우를 떠올려본 적은 없다. 나에게 배우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게도 사이먼 페그의 말 많고 외향적인 모습이 오히려 프랑스인 같았고, 소설 속 꾸뻬는 내성적인 영국인에 가깝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노승은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근원적 행복감이 있다”고 말한다. 대체 이 근원적 행복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

=그 말은, 열반에 이르는 것과 같은 궁극의 불교적 경험에 바탕한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행복은 모두가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마치 각기 다른 꽃들로 이루어진 꽃다발과 같고, 그 꽃다발 중에서 자신의 성격이라든지 나이에 맞는 꽃을 각자가 골라야 한다. 행복에 관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행복에 대한 지나친 몰두가 행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어느덧 꾸뻬는 당신의 또 다른 자아가 된 것 같다. 실제로 꾸뻬와 당신은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가.

=꾸뻬가 허구적 캐릭터이긴 하나 꾸뻬와 나 사이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순 없다. 나 역시 꾸뻬처럼 좋은 의도로 가득 차 있고, 호기심 가득한 한때를 보냈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정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차이점은 꾸뻬의 첫 여정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을 때 시작됐다는 거다. 그 때문에 가끔 꾸뻬가 남동생처럼 느껴진다.

-젊은 시절엔 북미나 유럽 여행을 좋아했지만 최근엔 아시아에 더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아시아의 어떤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나.

=몇년간 프랑스를 비롯해 서양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다. 그러다 아시아를 접했는데, 그 이국적인 모습에 크게 놀랐다. 홍콩에서 머물렀던 처음 며칠 동안 <꾸뻬씨의 행복여행>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후 사스가 유행하던 시절엔 베트남에서 몇년간 살았다. 불안한 앞날 때문에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곳에서의 삶이 영감을 주어 사랑 이야기인 <기념품을 파는 작은 시장>이라는 책도 썼다.

-현재 집필 중인 신간이 있나.

=꾸뻬씨의 다음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많은 얘기는 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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