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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하지만 도발적인 결말 <숲속으로>

오래전 저주로 인해 아이를 갖지 못하던 베이컨 부부(제임스 코든, 에밀리 블런트)는 어느 날 마녀(메릴 스트립)로부터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피처럼 붉은 망토, 우유처럼 하얀 소, 옥수수처럼 노란 머리카락, 순금처럼 빛나는 구두를 찾아야 한다는 것. 이 물건들을 찾기 위해 베이컨 부부는 숲으로 길을 떠나고, 그곳에서 늑대를 피해 할머니에게 빵을 가져다주려는 빨간 망토 소녀와 가난한 엄마를 위해 아끼는 소를 팔러 떠나는 소년 잭, 탑에 갇혀 왕자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긴머리 공주 라푼젤, 왕자의 무도회에 가는 것이 꿈인 재투성이 소녀 신데렐라를 차례로 만나 도움을 주고받는다. 비밀스런 네개의 물건들로 저주가 풀려갈 무렵, 예상치 않았던 위협이 숲속에 찾아오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숲속으로>는 1987년 초연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시카고>의 롭 마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말해주듯 영화는 4편의 동화 <빨간 모자> <잭과 콩나무> <신데렐라> <라푼젤>의 이야기를, 저주를 풀기 위해 이들을 모두 만나야만 하는 베이컨 부부의 여정에 맞추어 매끈하게 엮어낸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동화 속 세세한 사건들을 리듬감 있게 삽입한 노래들로 정리해낸 것은 원작의 힘이 클 테지만, 서로 다른 동화들을 빠른 속도로 오가며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붙여낸 것은 영화 고유의 장치인 ‘편집’ 덕분이다. 여기에 메릴 스트립, 조니 뎁,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와 노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뮤지컬영화인 <숲속으로>의 특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동화의 세계를 비틀어내는 방식이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4편의 동화와 베이컨 부부의 동화 밖 이야기에서 ‘소원’(wish)이라는 모티브를 끌어낸 다음, 이들이 각자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가는지를 보여준다. 해피엔딩으로 달려가는 전반부의 흐름은 동화 속 주인공들의 ‘소원 성취 과정’과 맞물려 있다. 빠르게 전개됐던 전반부가 ‘장조’라면, 전반부에 지뢰처럼 묻혀 있던 균열의 징조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후반부는 ‘단조’에 가깝다. 한동안 유행했던 ‘잔혹 동화’처럼 영화는 동화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가슴 서늘한 소원의 대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와 거인의 하프를 훔쳐 부자가 된 잭은 과연 행복했을까? 그 끝에 놓인 결말은 안온하지만 도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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