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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미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고딩감독>

맷(맷 존슨)과 오웬(오언 윌리엄스)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하지만 둘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맷이 자신만만하고 직설적이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반면, 오웬은 내성적이며 수동적인 성향을 지녔다. 그들은 함께 영화수업 과제를 진행한다. 두 사람이 만드는 영화의 제목은 <일진들>로, 세미 코미디 장르의 복수극이다. 평소 그들을 괴롭히던 불량배들을 소재로 삼아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상반된 성격이 영화를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끌고 간다. 맷이 심각하게 복수극에 심취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영화 <고딩감독>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적인 데뷔작이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불안정한 시선이 기존 영화계의 미학적 자만심을 흐트러뜨리고, 아나키스트적인 사운드의 불완전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대중문화의 곳곳에서 차용한 레퍼런스들이 시네필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그렇지만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것 같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카메라가 작품에 대한 흥미를 가로막는다. 다행인 것은 이 영화가 할리우드 독립영화계의 신성 케빈 스미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그는 “올해 봐야 할 가장 중요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영화사 ‘무비클럽’을 통해 작품 배급에 참여한다.

주인공이자 감독인 맷 존슨은 캐나다의 요크대학에서 영화 수업을 들었고, 이반 모건(편집)과 자레드 레압(촬영), 매튜 밀러(각본) 등 나머지 스탭과는 친구 사이다. 그들은 모두 제작에 참여해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케빈 스미스의 언급처럼 <고딩감독>은 괜찮은 독립영화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촬영 전 완벽한 시나리오가 없었던 탓에 많은 장면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몇몇 출연자들은 영화를 찍는다는 인식 없이 즉석에서 출연하며, 창틀이나 벽에서 몰래 촬영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도 다수 등장한다. 배경인 학교는 고등학교 다섯곳을 오가며 찍은 결과를 조합해 완성됐다. 그 결과 영화는 모큐멘터리 느낌이 강하다. 그렇지만 <고딩감독>은 ‘구조의 영화’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형식 지향적인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 서 있다는 점과 더불어 ‘영화 속의 영화’ 혹은 ‘영화 속의 영화 만들기’라는 미장아빔 기법을 사용했단 점도 흥미롭다. <존 말코비치 되기>나 <펄프 픽션> <엘리펀트> <배트맨> <호밀밭의 파수꾼> 등 유명 작품을 차용한 장면들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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