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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곰의 도시 적응기 <패딩턴>

말하는 꼬마 곰(벤 위쇼)은 페루의 작은 숲에서 산다. 어느 날 마을에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삼촌을 잃은 꼬마 곰은 ‘목에 푯말을 걸고 지하철역에 있으면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철지난 풍문만 믿고 무작정 런던으로 밀항한다. 실제 런던은 풍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작은 곰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다행히 브라운 가족이 꼬마 곰을 거둬들인다. 역 이름을 따 패딩턴이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패딩턴은 영국에서 유서 깊은 ‘국민 곰돌이’ 캐릭터로, 동화작가 마이클 본드가 1958년 <내 이름은 패딩턴>을 쓰면서 세상에 태어났다. 말하는 곰의 도시 적응기는 흡사 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원주민이 문물에 적응하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양상을 띠는 것과 닮았다. 그러나 영화는 패딩턴을 희화화하기보다는 카메라를 패딩턴의 시점에 자주 동화시키며 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집과 도시의 다양한 사물들을 패딩턴이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보는 것이 일차적인 재미다. 악재가 행운으로, 행운이 악재로 뒤바뀌는 상황의 반전이 주는 즐거움도 크다. 이것은 버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 같은 무성영화 시대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옛날 영화에 대한 향수를 은연중에 드러내면서도 정작 영화가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끌어들이는 것은 현대영화다. 영화 속 사물에 비유하자면 몇몇 현대영화를 필름 시대의 향수라는 설탕으로 절여 옛것과 새것의 ‘마멀레이드적’ 조합을 꾀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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