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액터/액트리스
[쓰마부키 사토시] <이별까지 7일>

쓰마부키 사토시

일본영화의 든든한 맏이, 쓰마부키 사토시는 최근 누군가의 아들을 연기하는 일이 늘었다. 야마다 요지의 <동경가족>(2013)에선 분방한 막내아들 쇼지를, 이시이 유야의 <이별까지 7일>에서는 가족 문제로 속을 끓이는 첫째아들 코스케를 연기했다. 1966년의 인기 드라마 <젊은이들>의 최근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맏아들 아사히가 되었다. 자꾸만 누군가의 아들이 되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이별까지 7일>을 예로 들었다. “‘가족’은 인간의 영원한 테마다. 내가 작품에 참여함으로써 (관객이) 이상적인 가족의 의미에 대해 좀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어머니(하라다 미에코)의 시한부 판정으로 가족이 안고 있는 깊은 문제들이 표면에 드러난다. 장남 코스케는 그 중심에서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별까지 7일>에 이어 이시이 유야, 이케마쓰 소스케와는 또 한번 작업을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개봉해 현재도 일본에서 상영 중인 <밴쿠버 아사히>다. 전쟁 상황인 밴쿠버 지역의 일본인 야구팀 ‘밴쿠버 아사히’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수십편의 영화를 찍었고, 그만큼의 공식 행사에도 불려다녔기에 충분히 익숙할 법도 한데, 쓰마부키 사토시는 기어이 <밴쿠버 아사히>의 첫 무대인사 중 감격을 참지 못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그런 한결같은 애정과 열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 쓰마부키 사토시에게 편지를 띄웠다.

-끊임없이 작품을 소화하는 동력이 놀랍다.

=단순하게 역할을 연기한다기보다 그 역할 자체가 되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사생활을 버리고 작품에 모든 노력을 쏟는 편이라 쉬지 않고 일하려 한다. 생활이 바뀔 때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어서 평소에도 그 역할로 지내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하기가 어렵다. 굳이 동력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

-출연작을 선택할 때는 어떤 고민들을 하나.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한다. 영화와 배역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내가 그 영화를 진정 사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뒤에 작품을 결정한다.

-선호하는 작품의 형태나 장르는 뭔가.

=특별히 없다. 굳이 ‘선호’하는 부분을 꼽자면 감독이다.

-그렇다면 <이별까지 7일>도 감독의 이름을 보고 골랐나.

=역시 가장 큰 이유라면 <행복한 사전>을 연출한 이시이 유야 감독과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족애’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이별까지 7일>은 ‘가족애’ 이상을 그리는 것 같았다. 내가 연기한 코스케는 장남이다. 실제로 나는 차남이라 딱히 가족관계 안에서 어려움 없이 잘 지내왔다. 코스케를 연기하며 형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원작(하야미 가즈마사의 소설 <이별까지 7일>-편집자)에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다.

-이시이 유야와 함께 작업한 뒤 그에게서 얻은 것과 알게 된 것들로는 무엇이 있나.

=군더더기가 없는 분이더라.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자신의 뜻이 분명하고 판단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연기자는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이입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런 생각에 대해 함께 힘들어하고 고민해줘서 믿음직스러웠다. 그가 전장에서 매일같이 함께 싸우는 전우처럼 여겨졌다. 나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고 싸워준 데에 굉장한 신뢰와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사람이 찍은 영화가 재미없을 리 없지 않나. (웃음)

-코스케는 은둔형 외톨이였던 과거를 가진 연약한 남자다. 코스케의 삶에 대해 당신이 어떤 상상을 했는지 알고 싶다.

=코스케가 은둔형 외톨이라는 점에 일부러 초점을 두고 상상하거나 연기한 부분은 없다. 그보다는 코스케가 장남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의식했다. 어머니는 갑자기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가장인 아버지는 병원비마저 장남에게 의지한다. 임신한 아내는 병원비를 보태는 것을 반대한다. 코스케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계속 생각했다.

-둘째 슌페이(이케마쓰 소스케)가 코스케에게 “형이 히키코모리일 때 우리도 힘들었어. 우리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야”라고 말할 때가 인상적이다. 복잡하게 꼬인 형제의 갈등을 풀기 위해 특별한 열쇠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에 대해 무언가 직접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 다만 촬영 첫날 충동적으로 글러브와 공을 사와서 이케마쓰 소스케와 캐치볼을 했다. 서로 아무 말도 않고 그저 캐치볼만 했을 뿐이다. 그때 각자의 마음을 공에 담아 주고받은 것 같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형제의 어떤 고리를 만들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당신은 어떤 장면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나.

=어머니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음을 알게 된 장면이다. 그 장면의 롱테이크가 굉장히 강렬한 기운을 준다. 철없는 막내인 줄만 알았던 슌페이가 어머니의 수술이 끝난 뒤에야 본심을 털어놓는데 실제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족으로서 새 출발하는 장면이라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별까지 7일> 촬영을 모두 마친 뒤 당신 안에는 무엇이 남았나.

=원론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다. 지금도 그 답을 온전히 찾지 못했다. 다만 가족이 서로를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스스로를 믿는 것에서 시작해 가족을 믿는 것,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어떤 일들을 믿는 건 실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끝까지 신뢰를 놓지 않고 나아가면 길은 열리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30대 중반인 지금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나.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이 있는지,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엔 ‘현재를 산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좋아하게 됐다. 서른을 넘기면서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모습이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도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느끼게 됐다. 현재의 나는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지 않나. 배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작품과의 만남에 순수하게 기쁨을 느낀다. 앞으로도 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의 연기에 영향을 주는 특정한 사물이나 인물, 작품이 있나.

=특정한 무언가를 꼽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난 모든 사람과 마주했던 모든 사물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또 지금처럼 연기를 할 수 있게 만든 요소다. 새삼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지금은 어떤 작품에 참여하고 있나.

=2월부터는 노다 히데키가 연출하는 연극 <에그>에 출연하고, 2016년엔 야마다 요지 감독님이 <동경가족>의 출연진을 모두 다시 불러모아 만들 <가족은 괴로워>가 공개될 예정이다.

<동경가족>

Magic hour

‘프리타’의 희망

<동경 이야기>(1953)의 리메이크작 <동경가족>(201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쓰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한 막내아들 쇼지와 아버지의 갈등이다. 쇼지는 자유분방한 ‘프리타’(프리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일본의 신조어)다. 완고한 옛날 사람인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 쇼지의 불편한 관계에서 현대 일본의 가족들이 안고 있는 세대 갈등 문제가 드러난다. 마침내 부자는 화해하고 은근하게 웃는 쓰마부키 사토시의 얼굴은 전부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전한다. 맏이보다도 강력한 신뢰를 담고 있는 얼굴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