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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판' <강남 1970>
주성철 2015-01-21

<강남 1970>을 가장 명료하게 설명하는 표현은 이른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판’이라는 말이다. 1978년 강남의 한 고등학교(영화에서는 ‘정문고’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유하 감독이 졸업한 ‘상문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를 무대로 삼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 조직의 보스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틈에서 제대로 된 기회 한번 잡지 못하는 삼류 건달 병두(조인성)의 이야기인 <비열한 거리>(2006)를 마무리 짓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세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3부작은 아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풍경과 <비열한 거리>의 욕망이 만난 영화라 할 수 있다.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고아로 자라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지낸다. 두 사람은 조폭이 개입된 야당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와중에 서로를 잃어버린다. 이후 종대는 손을 씻고 조직에서 나온 길수(정진영)를 아버지처럼 여기며 그의 딸 선혜(설현)와 함께 셋이서 세탁소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길수 몰래 조폭 생활을 하던 종대는 복부인 민 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다. 그러던 중 종대는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하고,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해 있음에도 다시 손을 맞잡는다.

두 남자의 만남과 헤어짐이 조폭을 넘어 정치권(내내 갈등을 거듭하는 국회의원들은 ‘함께 한강다리를 건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영화 속 시점으로부터 10여년 전인 1961년 5•16 군사 쿠데타의 동지들임을 알 수 있다) 깊숙이 들어가는 이 이야기는, 여러모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1972) 한국판을 만들려는 야심이다. 중간보스가 된 종대가 ‘바람난 아내와 제비’를 벌해달라는 사적인 일까지 해결해주는 장면(마치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녀석을 응징해달라는 얘기를 듣는 <대부> 첫 장면처럼)을 비롯해 결정적으로 선혜의 상견례 장면과 종대의 ‘쿠데타’를 교차편집한 장면은 <대부>의 그 유명한 마이클(알 파치노)의 성당 장면과 교차편집된 피의 응징 장면을 연상시킨다. 한편으로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공동묘지에서 펼쳐지는 ‘진흙탕 액션’은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함께한 신재명 무술감독(이번 영화 크레딧에는 ‘액션 슈퍼바이저’로 올라가 있다)의 인장이 짙게 느껴지는 절박하고 끔찍한 생존의 아수라장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갈등과 배신과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 속에서, 유하 감독은 지난 두 영화의 씨줄과 날줄을 엮으려는 야심을 향해 그야말로 전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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