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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흥미로운 문제 <엑스 마키나>
김보연 2015-01-21

세계 1위의 인터넷 검색 엔진 ‘블루북’의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슨)은 우연히 행운의 주인공으로 뽑힌다. 비밀에 싸인 블루북의 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작)과 일주일간 함께 지낼 기회를 얻은 것이다. 기대에 찬 칼렙은 자연 속에 고립된 네이든의 저택을 찾고, 곧 이 이벤트의 진정한 목적을 듣는다. 바로 네이든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성능을 테스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에이바와 대면한 칼렙은 슬픈 눈빛을 가진 ‘그녀’에게 어느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28주 후> <네버 렛미고> 등의 각본에 참여했던 알렉스 갈랜드의 연출 데뷔작 <엑스 마키나>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에 접근하는 진지한 태도가 돋보이는 SF드라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유사한 종류의 영화들에서 겪었던 바, <엑스 마키나> 역시 눈을 현혹시키는 별난 볼거리와 ‘충격적’인 반전에 기댄 영화 중 하나라 짐작할지 모른다. 그러나 감독은 그에 대한 강박 없이 자신의 호흡을 유지하며 힘 있게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인간과 로봇의 구분, 인공지능의 자유의지, 인간으로서의 윤리 등 오래됐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문제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때 감독이 준비한 회심의 무기는 결정적인 순간들마다 등장하는 강렬한 이미지다. 특히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도 인간과 로봇의 신체 이미지를 대조시켜 충격을 주는 연출은 영화의 이야기와 맞물려 효과적으로 주제에 방점을 찍는다. 다시 말해 <엑스 마키나>는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선명한 인상의 이미지로 장식한 SF로서 알렉스 갈랜드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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