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두 청춘의 절박함 <내 심장을 쏴라>
김성훈 2015-01-28

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 스물다섯 동갑내기가 입원한다. 승민(이민기)과 수명(여진구)이 그들이다. 재벌 집안 서자로 태어난 승민은 이복형제들의 유산상속 갈등에 휘말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한다. 수명은 어린 시절 겪었던 사고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 6년째 정신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두 사람이 입원한 정신병원에는 저마다 상처를 지닌 환자들이 있다. 조울증 환자 김용(김정태)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잔다. 젊은 시절 서커스단에서 말 묘기를 부렸던 만식(김기천)은 아끼던 말 ‘또별’이 죽으면서 정신이 나간 치매 환자다. 환자들의 관상과 손금을 봐주는 십운산 선생(신구)은 승민이 자신과 같은 방화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는다. ‘갇혀서 미쳐가는’ 승민과 ‘미쳐서 갇힌’ 수명은 김용, 만식 등 동료 환자들의 도움을 받아 간호사 최기훈(유오성), 보호사 점박이(박두식)의 감시를 피해 정신병원 탈출을 시도한다.

잘 알려진 대로 <내 심장을 쏴라>는 소설 <7년의 밤> <28>을 쓴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승민이 병원 밖을 나가기 위해 날뛰는 모습을 본 수명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되고, 그렇게 가까워진 두 청춘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승민과 수명을 비롯해 김용, 만식, 최기훈, 점박이 등 모든 등장인물의 사연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을 늘어놓은 원작과 달리 영화는 승민과 수명 두 주인공에 집중한다. 1시간40여분이라는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서 이야기를 경제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방향을 정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덕분에 영화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두 주인공이 주변 인물의 도움을 받아 정신병원 탈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추진력을 갖췄다.

하지만 소설에서 활자로 표현된 인물의 감정과 사건을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승민과 수명이 무엇 때문에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게 됐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고, 인물의 감정을 보여줄 때 사건이나 상황이 아닌 대사에 의존하는 까닭에 이야기가 꽤 지루하다.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있는 두 청춘의 절박함이 폭발했을 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가 이 영화에는 없는 것도 그래서다. 영화는 단편 <쌍둥이들>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문제용 감독의 장편 데뷔작.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