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음악을 온전히 지켜내려는 <블랙버드>

어릴 때나 지금이나 노니(구구 바샤로)에게 엄마(미니 드라이버)는 버거운 존재다. 노니의 재능을 발견한 엄마는 어린 노니를 각종 경연에 참가시킨다. 문제는 엄마의 욕심과 불같은 성격에 있다. 하루는 콘테스트에서 몸매 좋고 예쁘장한 백인 소녀가 노니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하자, 엄마는 시상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니를 무대에서 끌어내리고는 트로피를 버리라고 명령한다. 시간이 흘러 노니는 섹시 여가수를 대표하는 톱스타가 됐다. 엄마는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버리고 1등 트로피를 거머쥔 날, 노니는 어릴 적 내던져진 트로피처럼 자신의 몸을 숙소 발코니 밖으로 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때마침 나타난 경관 카즈(네이트 파커)는 진실한 눈빛으로 노니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음악영화는 성장이라는 코드와 엮이든 사랑이라는 코드와 엮이든 다채로운 음악과 무대가 강조되기 마련이다. 이를 염두에 둘 때 오직 니나 시몬의 <블랙버드> 한곡에만 초점을 맞춘 듯 보이는 영화의 선택은 예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블랙버드>의 가사는 주인공 노니의 삶과 맞물리므로 이 영화는 <블랙버드>에 바치는 가장 긴 버전의 뮤직비디오라 할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은 무력하다고 할 정도로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감독은 음악이 어떠한 기능적 요소로 쓰이는 걸 원치 않은 것 같다. 엄마와 노니의 갈등이 카즈를 통해 해소되는 식의 봉합을 하지 않은 것도 음악을 온전히 지켜내려는 안간힘처럼 보인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