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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와 허구의 적절한 균형 <쎄시봉>
김성훈 2015-02-04

익히 알려진 대로 ‘쎄시봉’은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김세환 등 한국 대중음악계에 포크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가수들이 활동했던 음악감상실이다. 그리고 <쎄시봉>은 196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의 핫플레이스 쎄시봉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작품이다. 하지만 쎄시봉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다. 4년 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쎄시봉이 소개됐을 때 불었던 복고 열풍에 기대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김현석 감독은 가상의 두 남녀인 근태(정우, 김윤석)와 자영(한효주, 김희애)을 설정해 그들의 사랑을 <쎄시봉>이라는 악보에 수놓는다.

1960년대 후반, 서울 무교동에 위치한 쎄시봉. ‘엄친아’ 윤형주(강하늘)와 ‘음악 천재’ 송창식(조복래)이 대학생의 밤 행사에서 라이벌로 맞붙는다. 이 둘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쎄시봉 김 사장(권해효)은 두 사람에게 트리오를 구성해 음반을 발매하자고 제안한다. 쎄시봉 프로듀서 이장희(진구)는 인상적인 중저음 목소리의 소유자 오근태(정우)를 트리오의 하나 남은 퍼즐 조각으로 선택해 ‘트리오 쎄시봉’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 기타 악보 하나 제대로 못 보는 근태는 장희의 꾐에 넘어간다. 그리고 자영(한효주)이 세 남자에게 음악의 영감을 주는 ‘뮤즈’로 등장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근태는 자영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시간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근태와 자영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트리오 쎄시봉이 결성돼 활약하는 1960년대 후반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어떤 일을 계기로 트리오 쎄시봉에서 탈퇴한 근태와 자영이 20여년 만에 머나먼 이국땅 미국에서 재회하는 1990년대 이야기다.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스카우트>(2007),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 전작에서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되는 남자와 마냥 순진하지만은 않은 여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온 김현석 감독의 장기가 근태와 자영의 연애담에도 십분 발휘된다. 특히, 그 덕분에 실화와 허구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쎄시봉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딜라일라> <남몰래 흘리는 눈물> <담배가게 아가씨>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많은 쎄시봉 음악들이 적절하게 배치돼 흘러나온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모티브가 된 곡은 <웨딩케이크>. 경쾌한 원곡과 달리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이크>는 슬픈 가사가 특징이다. 근태와 자영이 20년 만에 다시 만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 노래가 왜 슬픈 가사로 바뀌었는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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