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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랩은 곧 시다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상영회 2월7일부터 9일까지 KU시네마테크에서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힙합영화를 극장에서 본 지가 얼마나 됐을까? 글쎄,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2년 <8마일> 이후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태어난 탓(?)에 관심 가는 힙합영화를 스크린으로 감상한 경험이 거의 없다. 심지어 미국에서 꽤 흥행을 거둔 상업 힙합영화일지라도 한국에서 개봉한 적이 거의 없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상업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만난다. 가장 위대한 힙합 앨범으로 평가받는 래퍼 나스(Nas)의 데뷔 앨범 ≪Illmatic≫에 관한 필름,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Nas: Time Is Illmatic)이 그것이다. 너무 간절히 바라온 순간이었기에 KU시네마테크와 이번 상영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게 됐다.

나스의 데뷔 앨범 ≪Illmatic≫(1994)은 힙합 명반을 논할 때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다. 비트, 라임, 가사 모든 면에서 한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젊었을 때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낸 대부분의 예술가가 그렇듯 나스 역시 이런 앨범을 그 후 다시는 만들지 못했다. ≪Illmatic≫은 게토 흑인의 삶에 대한 치밀한 다큐이자 시적인 문학이었고, 샘플링 비트와 랩이라는 힙합 고유의 방법론만을 활용한 음악이었으며, 궁극적으로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쾌감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 작품이었다.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은 나스의 유년기로부터 시작해 앨범 ≪Illmatic≫의 사운드와 가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다룬다. 또 앨범의 음악적 성과와 사회적 의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나스 본인은 물론 앨범에 참여한 인물, 그리고 나스의 아버지인 재즈 뮤지션 올루 다라(Olu Dara)와 나스의 동생인 래퍼 정글(Jungle)까지 출연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힙합이 음악인 동시에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점, 랩은 곧 시라는 믿음, 그리고 사회적 산물로서의 힙합이 그 어떤 음악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작품이다. 번역은 고되지만 직접 했고 뮤지션 타블로가 감수를 맡아주었다. 힙합이라는 공통분모로 기꺼이 감수를 맡아주었고, 결과적으로 그의 감수가 큰 도움이 되었다. 후원은 힙합사이트 힙합엘이(hiphople.com)가 맡았다.

상영은 오는 2월7일부터 9일까지 총 4회 이루어진다. 많은 힙합 뮤지션이 참석하는 1회에는 타블로와 함께 진행하는 무대인사가 있고, 2회에는 필자가 참여하는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린다. 또 상영기간 동안 KU시네마테크 로비에서 영화와 관련한 각종 전시 및 이벤트가 진행된다. 필자 또한 소장 중인 나스의 앨범 LP들을 기꺼이 공개할 계획이다. 부디 이번 상영회가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양성영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영회를 제안하면서 처음에는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 KU시네마테크, 타블로, 힙합엘이가 이익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뜻을 모은 덕분이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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