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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은 제대로 깔았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송경원 2015-02-11

정조 19년, 불량 은의 유통을 막은 공로로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명탐정 김민(김명민)은 영문도 모른 채 도리어 외딴섬에 유배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단짝 서필(오달수)이 찾아와 사라진 줄 알았던 불량 은이 다시 나돌고 있음을 알린다. 한편 사라진 동생을 찾아달라며 매일같이 그를 찾아오던 한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김민은 행방불명된 소녀를 찾고 불량 은을 유통시킨 범인을 쫓기 위해 유배지 이탈을 감행한다. 그렇게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 왜관을 찾아간 김민과 서필 앞에 의문의 여인 히사코(이연희)가 나타난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가만 내버려두어도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의 흥행 성공은 전작을 통해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콤비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지만 은근 허당인 자칭 명탐정 김민과 어설퍼 보여도 믿음직한 파트너 서필은 이미 영화 바깥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어떤 에피소드와 붙여도 어울릴 두 캐릭터의 넉살은 진즉에 시리즈물을 예고했다.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 역시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약의 기회도, 함정의 위험도 모두 두 캐릭터를 얼마나 설득력 있는 ‘상황’에 던져주는지에 달린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자유분방함을 살려주려다보니 전체적인 얼개가 풀어진 새끼줄처럼 느슨해졌다. 형광물질이나 지포 라이터 같은 각종 기발한 발명품, 쫓고 쫓기는 추격전, 한층 규모를 키운 기발한 액션과 폭파 장면 등 어드벤처영화로서 볼거리는 가득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각 구성요소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길 중심 드라마의 흡입력이 부족하다. 회심의 카드로 준비한 소녀의 실종에 얽힌 사연은 제법 강력하지만 산만한 구성 탓에 감정이 끈기 있게 이어지지 않는다. 애써 준비한 다양한 장르적 장치들도 그때그때 소모되거나 남의 식구마냥 어색하게 따로 논다. 김민과 서필 콤비의 좌충우돌 만담 개그만으로 이 모든 빈틈을 메우기엔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명탐정>은 오락영화로서 소기의 목적을 확실히 달성한다. 추리는 설정일 뿐 알맹이는 역시 웃음이다. 단점도 분명하지만 그만큼 장점도 선명하다. 김명민, 오달수 콤비는 한결 능청스러워졌고 어드벤처영화다운 속도감도 있다. 깨알 같은 말장난 개그와 아이디어들도 잔재미를 더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완성도는 헐겁지만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판은 제대로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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