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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영상은 우리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영상기획전 ‘우리 시대의 민속지’, 2월5일부터 13일까지 미디어 극장 아이공에서

<디지털 시대의 유물>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2월5일부터 13일까지 미디어 극장 아이공에서 ‘우리 시대의 민속지’(Ethnography Now)라는 이름의 영상기획전을 연다. ‘우리 시대의 민속지’는 지난해 아이공에서 주최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네마프)의 주제였으며 같은 이름으로 특별전이 꾸려진 바 있다. 이 특별전에 소개된 작품과 함께 경쟁작으로 출품된 영화 중 주제에 부합하는 몇몇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민속지는 민족지, 인류학 등의 용어와 어느 정도 겹쳐 사용돼 명확히 규정짓기 까다로운 용어다. 민속지 영화라는 것도 개별 영화를 들어 설명할 수 있을 뿐, 따로 정의되는 용어가 아니다. 민속지 영화의 전형으로 언급되는 작품은 로버트 플래허티의 <북극의 나누크>(1922)다. 이 작품은 에스키모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영화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몇몇 장면이 재연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장 루슈는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재연된 민족성을 극단적인 컨셉으로 밀고 나갔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민속지 이후의 민속지를 상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소개될 작품들은 민속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깨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작품들이다. 하나로 이어지는 서사나 이미지가 부재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디지털 시대의 유물>은 온라인에서 공유된 저작권이 없는 365편의 영상들만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개별 영상은 몇 가지 소재로 압축되며 소재들간의 배치도 모종의 연결성을 지닌다. 이를 통해 탄생과 죽음, 자연과 우주를 요약적으로 잇는다. <인포 서핑: 모스크바2>는 디지털 노이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작가의 도시 서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핸드헬드 카메라로 지하철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포착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 영화에서 민속지는 일시적으로만 포착 가능하거나 거의 포착될 수 없는 것이다.

세르비아를 배경으로 한 <1973>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고요한 작품이다. 고정숏은 정박된 삶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 몇몇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오래 보여준다. 남자는 점점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다. 이들에게 과거란 어쩌면 대출금 같은 것이다. 점점 불어나는 대출이자는 그들의 삶이 과거에 매이도록 만든다. <사랑해, 중국>은 영상과 이미지의 불일치를 통해 모순점을 드러내는 영화다. 푸티지 필름을 비롯한 이미지를 몽타주함과 동시에 영화, 광고, TV 뉴스쇼, 라디오 등에서 채집한 사운드 몽타주 작업을 수행한다.

<이주>는 대사 한마디 없이 도시의 풍경과 사운드의 대비만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무덤과 고층 건물을 함께 보여주는 첫 장면은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다. 도시의 스펙터클은 거대한 무덤이기도 하며 그 속에 숨은 인간은 무덤에서 또 다른 무덤으로 옮겨갈 뿐임을 이야기한다. <오점 없는>은 원신 원컷의 화면 구성으로 이뤄진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입체 영상이다. 그 위로는 남녀의 사색적 내레이션이 흐른다. 남녀의 목소리는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들려준다. 서로 다른 것을 말하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봉합되는 과정을 통해 삭제된 역사에 대해 효과적으로 증언한다. 2014년 네마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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