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영화제
[영화제] 효율성 추구한 장인의 세계

‘돈 시겔 특별전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2월10일부터 22일까지

<최후의 총잡이>

돈 시겔은 할리우드 B급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이자 효율적인 영화제작의 대가다. 그는 1934년 워너브러더스에서 연기자로 경력을 시작한 이래 49년간 영화계를 지켜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무수한 B급 걸작들을 남겼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하는 ‘돈 시겔 특별전ʼ에 포함된 영화들은 그의 초기 걸작이자 전설적인 SF <신체강탈자의 침입>(1956)부터 후기 걸작 <알카트라스 탈출>(1979)에 이르기까지 12편이다. 특히 1970년대에 제작된 영화들이 눈길을 끄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첫 협업작인 <일망타진>(1968)과 형사영화의 교과서가 된 <더티 해리>(1971), 시겔과 이스트우드의 협업 중 가장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어진 욕망을 다룬 <매혹당한 사람들>(1971), 추격 신의 리듬이 압권인 <돌파구>(1973), 존 웨인과 제임스 스튜어트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 이후 다시 스크린에서 만난 <최후의 총잡이>(1976)가 그것들이다.

돈 시겔은 편집 경험을 통해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를 체득할 수 있었고, 세컨 유닛의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경제적인 제작 형태를 익혔다. 1946년 데뷔작을 만든 이후 그는 꾸준하게 스릴러, 전쟁물, 서부극을 넘나들면서 특유의 역동적인 액션과 정확한 타이밍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를 선보였다. 이는 제작기간과 출연배우, 제작비 모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테크닉을 몸에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고수하면서도 그는 제작사의 예산을 넘기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장면을 표현하는 방법론을 터득하고 있었다. 또한 돈 시겔은 자신만의 독특한 남성 캐릭터를 변해가는 사회현상이나 당대의 사회적 흐름에 놓아두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전적인 의미의 영웅이나 동시대 주류영화에 등장하는 혁신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비관습적이고 비도덕적인 안티히어로에 가깝다. 시겔의 남성들은 사회의 규율을 거부할 뿐 아니라 어떤 사회적 관계와도 절연한 단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부재하기 때문에 연민이나 동료애를 나눌 대상이 없는 대신 철저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악인을 응징한다. 이럴 때 보편적인 이항대립의 요소들은 무의미하게 버려지거나 변질된다. 악의 편에 속한 범죄-무질서-폭력-무자비함과 주인공의 윤리적 명제에 속한 법-조직화-고요함-인간다움의 이분법적 경계가 허물어지거나 역전되기 때문이다. 때로 악인보다 악랄한 그의 주인공은 과도한 열정이 폭력으로 연계되는 것을 정당화하거나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대립의 기준은 무의미해지고 어떠한 시스템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는 거친 남성들의 행위가 중심에 놓이게 된다.

서부극과 이스트우드의 팬이라면 <최후의 총잡이>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존 웨인의 유작이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서부극의 오랜 지형에게 작별을 고하는 방식에서 뭉클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총잡이가 죽음을 준비하는 8일간의 기록을 담은 이 영화는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2008)를 즉각 떠오르게 한다. 그의 영화적 스승인 시겔에게 경의를 표한 <용서받지 못한 자>(1992)가 서부극에 대한 헌사를 담아냈다면 <최후의 총잡이>는 스스로 관을 준비한 노인의 주검을 덮는 소년의 겉옷과 소년에게 물려준 말이라는 요소가 서부극과 웨인에게 보내는 유언처럼 다가온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