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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동시녹음은 재료고 녹음실은 주방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5-03-06

<꿈보다 해몽> 윤종민 음향감독

필모그래피

음향 2015 <꿈보다 해몽>

동시녹음 2014 <숙희> <설해> 2013 <더 파이브> 2012 <말로는 힘들어> <수목장> <사랑해! 진영아> <어떤 시선> 2011 <스타: 빛나는 사랑> <다른 나라에서> <로맨스 조> <밍크코트> 2001 <노랑머리2>

동시녹음팀 2010 <사요나라 이츠카> 2008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숙명>

붐 오퍼레이터 2013 <스톤> 2008 <고고70> <그녀는 예뻤다> 2007 <트럭>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리턴> 2006 <사랑 따윈 필요없어> 2005 <코마>

꿈 해몽하는 형사, 아니 시나리오 쓰는 동시녹음기사다. 무슨 소리냐고? 이광국 감독의 모든 연출작에서 동시녹음을 담당한 윤종민 음향감독은 2011년 시네마서비스가 주관한 ‘공공의 적 2012’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하다. 이광국 감독과는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현장에서 만나 가까워졌다. “주업은 동시녹음이지만 틈틈이 시나리오 각색 일도 하고 있다. 영화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잖나.” 누가 ‘이야기 연구자’ 이광국 감독 단짝 아니랄까봐. 윤종민 음향감독은 연출까진 욕심내지 않는단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만든 이야기가 영화화됐을 때 동시녹음만큼은 내가 맡고 싶다. (웃음)”

“입시를 치렀던 99년에는 영화과가 의대만큼 박 터지는 해였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키노>를 교과서처럼 읽던” 영화광 소년의 꿈은 대학 입시에서 반쯤 좌절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나머지 반쪽의 기회가 왔다. 집 앞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탭들이 왔다 갔다 하며 배고프다, 배고프다 하더라. (웃음) 지갑에 있던 전 재산 5만원을 털어 김밥 50줄을 들고 감독님을 찾아가 담배꽁초를 줍는 일도 좋으니 현장에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때마침 동시녹음팀 막내 자리가 공석이었고 빈자리는 윤종민 음향감독의 차지가 됐다. 덧붙이자면, 윤종민 음향감독의 삶을 바꾼 그날의 현장은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작품 중 하나였던 김윤태 감독의 <달 세뇨: 밤의 이름> 현장이다.

여러 현장을 다녔지만 역시 윤종민 음향감독에겐 홍상수, 이광국 감독의 현장이 최고다. 현장성과 우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두 감독이야말로 동시녹음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윤종민 음향감독 왈, “영화 사운드 작업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동시녹음은 재료이고, 녹음실은 주방이다. 재료가 좋아야 좋은 요리가 나온다. 따라서 깨끗하고 좋은 사운드 소스를 녹음실까지 가져다주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달리 말하자면 동시녹음기사가 일하기 까다로운 현장이란 뜻이다. 유난히 롱테이크가 많고, 대사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연출자들이다보니 동시녹음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로맨스 조> 때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받아 지금도 어깨가 저릴 정도라고. “<로맨스 조>에서 롱테이크로 촬영된 철길 장면 있잖나.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장비를 모두 혼자 짊어지고 일했다. 이광국 감독님께 ‘담배 한갑’이라는 별명도 지어드렸다. 5분짜리 한 신 끝날 때마다 담배 하나를 다 태우시는데 그 신을 스무번씩 반복하시지 않았겠나. (웃음) 앞으로도 그렇게 힘든 현장은 없을 거라 확신한다.” 이런 것이 ‘애증’인 걸까. 힘들었다고 푸념은 다 늘어놓았으면서 무슨 심리에서인지 이광국 감독의 다음 작품도 꼭 자기가 하고 싶단다. “나 아닌 다른 분은 힘들어서 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깨진 노트북

붐 오퍼레이터로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할 때 산 노트북이다. 이 노트북으로 장편 시나리오 하나는 꼭 완성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이 노트북 덕에 ‘공공의 적 2012’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도 탔다. 노란 테이핑이 된 부분은 글쓸 때 하도 손목을 붙이고 써서 깨진 곳이란다. 요즘은 무거워서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지만 아직도 보물이다. 글 쓰며 나태해질 때 보면 다시 초심에 불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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