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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순수의 시대> 퍼포먼스 디렉터•안무감독 윤미영

필모그래피

안무감독 2015 <순수의 시대>(퍼포먼스 디렉터•안무감독) <내 심장을 쏴라> <오늘의 연애> 2014 <하이힐> <수상한 그녀> <플랜맨> 2011 <써니>

윤미영 감독은 <순수의 시대>의 스탭 크레딧에 두번 이름을 올린다. 안무감독으로 한번, 퍼포먼스 디렉터로 또 한번. 일반적으로 퍼포먼스 디렉터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사람인데, <순수의 시대>에서 윤미영 감독은 안무와 함께 베드신 연출을 담당했다. 치정 멜로인 <순수의 시대>에서 베드신은 캐릭터의 심리, 캐릭터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우리 몸 안에 순수도 있고 에로도 있지 않나. 각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 중요했다.” 윤미영 감독이 특히 공들여 찍은 장면은 민재(신하균)와 가희(강한나)의 첫 정사 신. “옷고름이 먼저냐, 치맛자락이 먼저냐의 차원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길러진 남자의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 신은 나조차 설레는 마음으로 찍었다.” 윤미영 감독은 직접 들고 온 스피커로 Soap&Skin의 <Voyage Voyage>를 들려주었는데, 이 음악과 함께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이 <순수의 시대>의 베드신 작업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세상에 던져졌을 때 진정 춤이 좋아진 것 같다.” 윤미영 감독은 한양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용을 가르쳤지만 “좀더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갈망”을 억누를 수 없어 뮤지컬 배우의 길에 도전했다. 우연히 본 TV다큐멘터리의 영향이 컸다. 한국 학생들이 일본 유명 극단 ‘사계’의 오디션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열정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 윤미영 감독은 큰 자극을 받았고, 이후 <아가씨와 건달들>에 앙상블로 참여하면서 무대가 주는 에너지를 만끽했다. 영화와 연이 닿은 건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 “<묘도야화>를 제작하던 화인웍스(<순수의 시대> 제작사)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누구누구 춤 좀 가르쳐달라고.” 촬영은 진행됐지만 영화는 개봉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현장은 윤미영 감독의 창작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실질적 안무감독 데뷔작은 강형철 감독의 <써니>. <써니>를 통해 “책임감”을 배웠다면 <순수의 시대>를 통해선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 윤미영 감독은 “현장에서 즐겁게 놀았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 말은 곧 감독, 배우들과 격의 없이 현장에서 소통했다는 뜻이다. 그가 말하는 안무감독(혹은 퍼포먼스 디렉터)이 갖추어야 할 최우선 요건은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능력”과 “새로운 것을 보는 시각”이다. “보이는 것만 보려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보게끔 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느끼게끔 하는 게 중요하니까.” 인터뷰 뒤 다음 작품 미팅이 있다며 총총히 자리를 뜬 윤미영 감독의 손에는 차기작인 김대승 감독의 <조선마술사> 시나리오가 들려 있었다. 시나리오를 꼭 붙들고 다니는 안무감독이라니. 그 모습이 무척 신선했다.

스피커와 CD

윤미영 감독은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음악은 꼭 스피커로 듣는다. “크기는 작지만 방대한 소리를 들려주는 UE 블루투스 스피커와 보이지 않는 공간을 느끼게 해준 soap&skin의 ≪Narrow≫ 앨범, 재해석의 즐거움을 안겨준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사계> 앨범”은 <순수의 시대> 작업 당시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친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선물받고 소개받은 것들이라 개인적으로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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