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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단순한 통계 오류 문제가 아니다
김성훈 2015-03-23

부정확한 자료 산출로 허점 드러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02 올해 1월1일 개관한 메가박스 오산은 2006년 6월27일 개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자정이 되면 영화인과 관객이 즐겨 찾는 사이트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운영하고 있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 www.kobis.or.kr)이다. 전국 극장의 입장권 발권 정보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집계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매일 이곳에서 박스오피스 성적을 비롯한 각종 영화산업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5월 실시된 뒤로 지금까지 10년 동안 운영되면서 정확한 산업 통계 자료를 확보하고, 영화 시장의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통계 정보에 오류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소장 최현용)로부터 단독 입수한 문서 ‘영진위 극장입장권통합전산망의 문제점과 개편 방안 제안’에 따르면, 통합전산망이 제공한 스크린 수와 좌석 수가 극장이 제공한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7월 기준으로,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스크린 수는 총 2280개(CGV 1049개, 롯데시네마 714개, 메가박스 517개), 좌석 수는 총 37만2191개(CGV 17만2782개, 롯데시네마 11만7564개, 메가박스 8만1845개)이며, 극장이 제공한 스크린 수는 총 2023개(CGV 913개, 롯데시네마 664개, 메가박스 446개), 좌석 수는 33만669개(CGV 15만259개, 롯데시네마 10만9649개, 메가박스 7만761개)였다. 무려 스크린 수는 257개, 좌석 수는 4만1522개나 차이나는 것이 지적되자 영진위는 2014년 12월 극장 전수조사를 실시해 스크린 수를 정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월20일 기준으로,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스크린 수는 총 2142개(CGV 953개, 롯데시네마 711개, 메가박스 478개), 좌석 수는 34만8454개(CGV 15만4493개, 롯데시네마 11만8889개, 메가박스 7만5072개)이며, 극장이 제공한 스크린 수는 총 2118개(CGV 941개, 롯데시네마 723개, 메가박스 454개), 좌석 수는 34만6423개(CGV 15만1446개, 롯데시네마 12만3508개, 메가박스 7만1469개)다. 스크린 수는 24개, 좌석 수는 2031개 차이가 났다.

영진위 정책연구부는 “2014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달 동안 극장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통합전산망의 극장정보를 극장쪽에서 제공한 자료로 업데이트해 3월 현재 최종 반영된 극장 정보를 관리, 운영하고 있다”며 “극장이 제공한 데이터와 통합전산망의 집계 수치가 다른 이유는 조사 시점에 따른 차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본 통계 정보뿐만 아니라 시스템 설계와 관련한 문제도 있다. 극장이 특정 영화를 상영했을 때 관객이 한명도 들지 않으면 상영회차로 기록되지 않는다. 관객이 들었더라도 발권가액이 0원이면 역시 상영한 것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 CJ CGV에서 총 906회 상영됐지만, 통합전산망에는 797회 상영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109회차나 차이가 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영진위쪽은 “통합전산망의 모든 통계 정보 산출 기준은 발권 데이터가 기준이다. 이것은 상영 내역이 사라지는 오류가 아니며 상영 내역은 별도 개선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설명이다. 극장이 영화를 상영했다면 관객이 들었든, 들지 않았든 상영회차로 기록되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발권 데이터가 기준이기에 상영회차로 기록되지 않는다면 시스템을 바꿔서라도 영화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맞다.

극장 사업자가 변경된 경우, 이전 극장 정보가 변경된 최종 극장으로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도 문제다. 2006년 개관해 지난해 12월31일 폐관한 프리머스 오산은 올해 1월1일 메가박스 오산으로 새로 개관했다. 하지만 통합전산망에는 메가박스 오산이 2006년 6월27일 개관한 것으로 나와 있다(02). 프리머스 오산의 정보가 그대로 메가박스 오산으로 넘어간 것이다. 영진위는 “통합전산망에서는 극장의 과거 이력 정보를 관리하지 않는 구조이며, 과거 극장 정보를 별도 확인하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 관련 업무를 고려해 영화관 코드 관리방안 등을 새롭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극장 정보를 관리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극장 정보가 잘못 입력된 건 사실이다.

이 밖에도 무료초대권 발권 정보가 전체 관객수에서 집계되지 않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무료 관객수 417만900명이 전체 관객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총관객수가 2억1506만7944명(통합전산망 집계)이니 1.94%에 해당되는 수치다. 영진위는 “동반성장협의회 후속 이행사항으로 CGV가 2013년 7월부터, 롯데시네마가 2014년 4월8일부터, 메가박스가 위탁 운영 극장을 제외한 직영 극장 대상으로 올해 1월1일부터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으니 모든 극장이 전송되는 시점을 고려해 통계대상범위에 포함할지는 별도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전산망을 운영하고 있는 외주업체 대우정보시스템주식회사 직원 11명이 수작업으로 잘못된 정보를 수시로 정정하고 있다지만, 모든 오류가 제대로 정정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진위가 통합전산망을 정확하게 관리, 운영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에서 계속 언급해온 통계 오류다. 올해 2월27일, 2014년 영화정보시스템 유지관리사업 용역 건으로 대우정보시스템주식회사와 계약한 비용 9억9천여만원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약 10억원, 2012년에는 약 17억원, 2011년에는 약 19억원 등 지난 10년 동안 200억원 가까이 되는 예산이 통합전산망 운영과 관리 사업에 투입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오류가 많은 건 심각한 문제”라는 게 영화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 하나는 잘못된 시스템으로 집계된 통계가 스크린 독과점, 예매율 등 여러 산업 이슈와 관련해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예매 오픈 날짜의 경우, 통합전산망의 통계 정보 산출 기준이 발권 데이터이다 보니 극장의 예매 오픈 날짜와 통합전산망에 기록된 예매 오픈 날짜가 다르다.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최현용 소장은 “최근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예매 오픈 날짜는 창작자에게도, 극장에도 중요한 데이터다. 하지만 발권이 시작돼야 예매가 열린 것으로 집계되는 현재의 통합전산망은 창작자와 극장 사이에서 예매 오픈일을 두고 갈등이 생겼을 때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진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통합전산망을 포함해 영화산업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영진위에 행정권한을 위임하거나 위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부)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은 “영진위에 일정한 범위의 행정권한을 부여하거나 문체부가 영진위에 일정 범위의 행정권한을 위임,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면 영진위는 행정청의 지위를 획득해 산업 실태 조사와 같은 해당 사무와 관련해 행정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28조 2항에 의하면 문체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영화산업의 불공정행위를 통보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영진위가 영화산업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여러 투자배급사, 제작사, 극장에 요청하더라도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배재정 의원실은 “통합전산망이 정확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4월 열리는 국회 상임위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김세훈 영진위원장에게 이 문제와 관련한 질의를 할 생각이다”라며 “영화제 등급심의분류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영비법 개정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영진위는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외주업체 입찰 프레젠테이션을 열었고, 현재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주식회사가 장기간 용역을 수주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시스게이트와 솔리드, 두개 업체가 입찰에 뛰어들었다. 어떤 업체가 선정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보다 좀더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운영, 관리하기 위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