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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상록수동에서 서울 홍제동까지 <세계일주>
문동명 2015-03-25

뺑소니범을 잡기 위해 몇년째 사고 현장을 오가는 아빠(김정태)가 집을 비운 사이, 공부 잘하고 인기 많은 9살 지호(박하영)와 똑똑한 천방지축 7살 선호(구승현)는 엄마 없이 오손도손 살림을 꾸려나간다. 어느 날, 아빠가 홍제파출소에 잡혀 있다는 전화를 받은 남매는 곧장 아빠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안산 상록수동에서 서울 홍제동까지, 지하철로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리는 만만치 않은 사건들을 만나며 한없이 길어진다.

참 착한 영화다. 세계일주처럼 멀고 고된 길이지만 사랑하는 아빠를 면회하기 위한 아이들의 걸음은 씩씩하다. 돈을 모두 잃어버렸어도 무임승차는 할 수 없다며 고생을 자처하는 의지는 자못 교훈적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남매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훈훈한 설정 또한 빠지지 않는다. <세계일주>는 ‘설날 특선 어린이 단막극’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영화다. 어린 관객층까지 고려한 듯한 개그, 판타지, 액션, 스릴러, 감동 등 있을 건 다 있다. 전개는 아이들의 순탄치 않은 여정처럼 자주 덜컥거린다. 명절에도 가족과 떨어져 고생해야만 하는 남매의 처지를 강조하듯, 떡국을 먹는다는 피상적인 대사가 내내 되풀이된다. 유머와 신파는 극의 흐름을 애써 비집고 등장해 본래의 역할조차 해내지 못한다. 아이들의 우여곡절과 함께 아빠, 사회복지사의 시점도 러닝타임을 채워나가지만 사족에 불과하다. <모노폴리>(2006) 이후 9년 만에 개봉하는 이항배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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