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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끝났을 때 좌절한 적, 한번도 없다”
이다혜 사진 오계옥 2015-03-26

<파울볼> 출연한 프로야구 감독 김성근

김성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하나다.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과 인기를 가늠하는 가장 세속적인 잣대인 연봉이 그렇고, 야구 게시판에서 가장 자주 ‘빠’와 ‘까’가 맞붙는 논란의 주인공인 데다, 감독으로서 열네번의 해고를 당하고도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열다섯 번째의 기회를 얻은 점이 그렇다. 그에게 야구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 <파울볼> 개봉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에서 보내는 첫 시즌을 준비 중인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한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어떤 팀이었고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어떤 꿈을 꾸었나.

-해임을 많이 당했지만 이번 고양 원더스를 떠날 땐 (퓨처스리그 진입 실패로 인한 팀 해체라는) 특수한 경우였다. 씁쓸한 감정은 없었나.

=끝났을 때 좌절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어디든 가서 야구를 가르치고 있었다. LG 트윈스를 나왔을 때는 전국을 돌아다녔다. 끝나고 떠났을 때, 해고시킨 사람을 원망해본 적이 없다. 대신 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떠날 때 아쉬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제일 슬프지 않나 싶다.

-영화 초반에 한 코치가 일본 고치의 까마득한 계단을 뛰어오르는 훈련 중 중도포기하는 고양 원더스 선수들을 보며 SK 와이번스 선수들은 한번에 다 뛰어올라 오는 게 너희와 다르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스포츠에서 타고난 재능과 연습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그간 노력에 더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고양 원더스에서 3년을 보내고 나서, 스포츠 선수의 재능과 노력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되던가.

=사람은 누구나 좋은 것을 갖고 있다. 그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인생살이지. 자기가 하는 일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쫓아다니는 사람에게 보이는 세계가 있다. 그게 프로페셔널이다. 밖에서 볼 때 미쳤구나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그런데 밖에서 볼 땐 미친 거지만 본인은 정상이거든. 그것도 모자란다는 느낌으로 끝내 해나가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

-영화 마지막 대목, 술 마시며 한 인터뷰에서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라면서 펑고(야수 수비 연습의 일종, 코치가 야수에게 배트로 공을 쳐주면 받는 훈련이다.-편집자)하고 싶다는 장면이 있다. 펑고는 혼자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펑고를 하고 싶다고 하는 대목에서 선수들과 같이 야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읽히더라. 펑고는 코치 입장에서도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훈련인데 직접 하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면 감독 자리에 가면 안된다. 입만 갖고 하는 지도자는 약하지 않나 싶다. 내가 치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어. 내가 쳐보면 감각적으로 오거든. 펑고라는 것은 대화다. 커뮤니케이션이다. 선수와 나의. 쳐보면서 느끼고 느끼고, 거기에 묵언의 대화가 있고 신뢰가 생긴다. 신뢰를 얻으려면 내가 온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하니까 기억나는 게, 펑고치고 싶다고 했을 때…. 고양 원더스 실내야구장이 있다. 거기 혼자 가서, 숨어서, 40∼50개를 친 기억이 난다. 아무도 안 보게.

-‘야신’이라고도 불리기도 하고,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수들이 많다. 그렇지만 선수들과는 식사도 같이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수들을 평등하게 취급해야 한다.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조직을 떠나면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새벽 3~4시까지 같이 술 마신다. 리더일 때와 사석에서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질투는 조직을 만든다. 파를 만들고. 그러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SK 와이번스 시절 시즌 초에 한해 몇승 할지 예상하고, 큰 차이 없이 시즌이 마무리되곤 했는데.

=매번 올랐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승수가 더 나왔다.

-올해 한화 이글스는 몇승을 예상하나.

=이제부터 계산해보려고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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