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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자들의 고민과 성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세명의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결혼과 관련된 30대 여성의 고민을 녹여낸 작품이다. 가게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수짱, 마이짱, 사와코상. 이들은 각자 자기 일을 가지고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어딘가 조금씩 모자란다. 카페에서 일하는 수짱(시바사키 고)은 매니저와 서로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그와 연결된 건 그녀의 동료다. 마이짱(마키 요코)은 유부남과 동거 중이다. 그녀의 유부남 애인은 집안일이 생길 때마다 번번이 마이짱과의 약속을 깨버린다. 사와코상(데라지마 시노부)은 오랜만에 재회한 동창과의 결혼을 고민한다. 그러나 사와코상에 대한 동창의 유일한 관심은 오직 그녀의 임신 가능성인 것 같다. 세 여성은 가끔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은 수다나 그 무엇을 통한 고민의 일시적인 해소가 아니다. 세 여성의 사연을 굳이 연결 지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영화는 세명의 이야기를 느슨하게 연결한 옴니버스영화에 가깝다.

질문형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여부에 대해 답을 주진 않는다. 세명의 사연을 통해 30대의 보편적인 고민의 단면을 짚어내고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고민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흔히 이야기되는 30대에 대한 성찰에서 한 발짝 나아간 성찰을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별거 아닌 말들이 훅 하고 들어오는 순간에 대한 몇몇 장면을 통해 일상적 잠언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테면 피부과 상담 도중 예기치 않게 듣게 된 “한 가지 정도는 포기하고 살아요” 같은 말이나, 마트에서 어떤 소스를 살까 고민하다가 “괜히 샀다가 버릴 수도 있어. 살 때 고민 많이 해야 해”라는 말 등 툭 내뱉어진 말 속에서 30대에 대한 통찰이 숨겨져 있다.

영화에서 그리는 30대는 변화를 시도하기에도, 안주하기에도 넘치거나 모자란 나이다. 앞선 세대와 뒤따르는 세대의 사이에 끼어 치이는 측면도 있다.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온종일 누워 있는 사와코상의 할머니는 어쩌면 변화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여성의 미래를 응축하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영화는 이에 대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모호하달 수 있는 이 영화의 지극히 잔잔한 톤은 30대 여성들의 애매한 위치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 ‘수짱 시리즈’를 통해 30, 40대의 고민을 담담히 그린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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