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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의 내면을 보다 <생 로랑>

스물한살 때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천재 이브 생로랑(가스파르 울리엘)은 파트너인 피에르 베르제(제레미 레니에)의 도움으로 본인의 이름을 딴 디자인 하우스를 개관한다. 영화 <생 로랑>은 1965년 몽테뉴 거리를 떠나 ‘몬드리안 드레스’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성공시킨 시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따라서 1967년부터 1976년까지, 이른바 ‘전설의 10년’이라 불리는 생로랑의 가장 화려한 시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생로랑의 곁에는 베르제 외에도 1970년대 파리의 게이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남성으로 기억되는 자크 드 바셰(루이 가렐)가 있었다. 영화는 자크와의 만남과 생로랑의 뮤즈였던 두명의 여인, 베티 카트루스(아이멜린 발라드)와 룰루 드 라 팔레즈(레아 세이두)와의 교제 장면까지 세밀하게 묘사한다.

시작부에서 이미 이브 생로랑은 성공한 천재 디자이너로 소개된다. 영화는 그가 어떻게 디자이너로 성공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상징적 이름 ‘생로랑’의 주인공이 되고서 치르는 명성의 대가에 더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 개봉한 자릴 레스페르의 <이브 생 로랑>과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주인공 내면의 콘트라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과도하게 성공했지만, 그 성공은 그의 전부가 되지 못한다. 생로랑의 내면은 흔들리고, 그는 끊임없이 불안해 보인다.

시기가 점프되어 1989년으로 변해, 헬무트 베르거가 연기한 ‘나이 든 생로랑’의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베르거의 등장을 통해 관객은 마치 사라진 세계를 발굴하거나,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느끼게 된다. 감독은 로베르 브레송이나 마틴 스코시즈, 리처드 플레이셔 등이 기존에 사용했던 기법을 응용해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힌다. 브레송의 보이스 오버 방식나 플레이셔의 분할화면 기법은 그렇게 영화에 응용되어 주인공의 내적 불안정성과 시간의 비연대기적 압축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가스파르 울리엘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생로랑 특유의 호리호리한 뺨과 긴 실루엣에 근접하기 위해 그는 무려 12kg을 감량했다고 한다. 여성스럽지 않지만 나약한 생로랑의 목소리를 재연해낸 첫 장면의 발성은 감동적으로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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