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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연을 가진 두 여자의 병원 탈출기 <부곡 하와이>
김보연 2015-04-29

정신병원에서 살아가는 두 여자가 있다. 종종 발작을 일으키는 자영(박명신)은 가족들이 이민을 떠나기 전에 한번이라도 아들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자살을 시도한 적 있는 초희(류혜린)는 얼마 전 임신 사실을 확인한다. 어떻게든 병원에서 나가고 싶었던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뒤 잠시나마 서로 힘을 합치기로 한다. 자영과 초희는 일단 자영의 남편이 일하는 ‘부곡 하와이’로 향하지만 이들의 여행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병원장은 두 사람을 잡기 위해 해결사까지 고용한다.

하강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부곡 하와이>는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진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드무비로,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설정과 전개를 가진 영화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주인공이 처음에는 싸우다가 몇몇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가 그렇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때로는 도움을 받고 때로는 고통을 받는 에피소드들이 그렇다. 즉, <부곡 하와이>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뒤로 갈수록 작위적인 전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해결사가 전면에 등장하고 두 여자의 숨은 사연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후반부에는 우연과 비약이 겹치면서 영화가 지켜온 따뜻하고 차분하던 정서마저 깨지고 만다. 이야기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관객의 몰입이 깨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주연배우의 인상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부곡 하와이>는 단점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는 아쉬운 작품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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