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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시나리오작가들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씨네21 취재팀 2015-05-0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크레딧 분쟁에 관한 감독조합의 입장

글: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조합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사)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서 입장을 보내왔다. 영화계의 불합리한 관행과 기준 없음에 대한 문제 제기임과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저작권 문화를 향한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향후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비롯한, 보다 포괄적인 이슈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씨네21>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업계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보다 의미 있는 지면과 자리를 만들어보려 한다. 편집자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은 지난 3월14일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과 관련해 조합원인 신연식 감독이 조합원인 김성호 감독에게 제기한 작가 크레딧에 관한 분쟁조정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내용은 알려진 바와 같이 김성호 감독은 각본의 크레딧을 가질 수 없다는 신연식 감독의 주장과 본인의 기여도는 각본 크레딧에 합당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김성호 감독의 주장간의 대립이었습니다. 본 조합은 두 감독의 입회하에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청취했고 한달여간의 진지한 토론과 숙려 기간을 거쳐 최근 당사자들에게 조합의 입장 정리문을 결정해 발송했습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간 한국 영화계에 만연해 있는 ‘기준 없음’의 고질적인 산업적 병폐이고, 그래서 두 감독의 입장과 주장은 공히 타당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두 감독 역시 누구건 처할 수 있는 관성적 피해자라는 것이 감독조합의 입장이었습니다. 과정에서 그간 감독들이 무분별히 침해해온 시나리오작가들의 권리에 대한 심도 깊은 반성도 있었고 더욱이 창작자들의 기본 권리에 관한 개념과 구분의 정리가 시급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소득도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계에는 아직도 각본과 각색 등의 정의에 관한 엄밀한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제작자는 제작 공정의 편의를 위한 자의적 판단으로 마치 임명하듯 크레딧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진행하고 있는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권고안에서는 시나리오 저작권을 제작자에게 영구히 양도하고 있고, 작가의 시나리오의 2차적 저작물 권리까지 제한하는 등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관행적으로 자행되어온 제작자의 크레딧 결정권은 작가들의 재산권을 3자가 좌우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악습이기에 크레딧 결정권을 시나리오작가 단체에 돌려주고 스스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산업 내의 합의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의 시작은 법이 규정한 대로 시나리오를 영화의 공동 저작물이 아닌 어문 저작물로서의 독립 저작물로 인식하고 시나리오작가를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로 인정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간 시나리오작가들의 기본권 인정에 산업이 게을렀고 부당했음을 철저히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창작자들의 육성과 보호를 위한 사회적 목표에 부합할뿐더러 빈약해져가는 시나리오작가 인력난의 해결책이자 건강한 저작권 문화 구축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감독조합은 이번 <개훔방> 사안을 통해 한국영화 창작 환경이 화려한 산업의 외형에 비해 얼마나 부실하고 열악한지에 주목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 시나리오작가들의 기본권 확보에 감독조합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려 합니다. 하루빨리 원저작자로서의 작가의 저작권을 토대로 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나리오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져 다시는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합이 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합니다. <개훔방> 사안이 이미 선결되었어야 할 창작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이제는 영화 산업 전체가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저작권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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