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영화제
[영화제] 인류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 5월7일부터 14일까지

<사랑해, 리우>

인간과 환경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모색하는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가 5월7일(목)부터 14일(목)까지 8일간 씨네큐브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및 광장 일대,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다. 올해 상영작은 47개국 113편으로 지난해보다 참여국 수가 확연히 늘었다. 환경 관련 문제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핵 관련 이슈가 여전히 중심을 차지하는 가운데 유전자 조작 식품 등이 논란이 됨에 따라 다시 농사를 조망하거나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인 벨리 오브 나이츠의 공동체적 삶을 다룬 <바빌라> 등 삶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개막작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파울로 소렌티노, 임상수, 나딘 라바키, 존 터투로 등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리우>(2014)다.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가겠다는 영화제의 의중을 반영한 것 같다. <사랑해, 리우>는 ‘미시즈 노바디’로 불리는 행복한 노숙자 할머니,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늙은 남편과 젊은 아내, 여인의 발에 꽂힌 모래 조각가, 예수상에 대고 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패러글라이더, 예수님으로부터 올 공중전화를 기다리는 소년과 소년을 위해 기꺼이 연기를 하는 부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여러 감독의 이야기를 결절점 없이 엮은 이 영화가 환경에 대한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작품들이 모여 환경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바라는 영화제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프릭 아웃>

국제환경영화경선작 <프릭 아웃>(2014)은 1900년대 초반 스위스의 아스코나를 중심으로 채식주의적 삶의 태도를 고수했던 공동체의 삶을 보여준다. 과거 아카이브 화면과 후대 사람들의 인터뷰를 오가는 가운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재현된 화면이 등장한다. 이때 등장하는 재현 방식이 독특한데 과거의 화면에 연기자들을 그대로 삽입한다. 배우들은 대개 카메라쪽을 응시하거나 움직임이 거의 없이 고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사진화된’ 연기가 과거 인물들의 생활 스타일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프릭 아웃>의 감독 카를 야베르와 제작자 프레드릭 랑에는 ‘또 다른 사회-공동체 운동의 현주소’라는 주제의 토크 프로그램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1996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불어온 이주정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라디오 아타카마>(2014) 역시 경쟁작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와이드 화면에 담긴 사막의 압도적인 풍광과 노숙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핵의 나라>(2012)의 후나하시 아쓰시 감독은 <핵의 나라2>로 서울환경영화제를 방문한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1년 이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의 마을 주민들의 삶과 투쟁을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가 충실히 기록되는 가운데 3월11일이라는 날짜가 숨을 조이듯 자리한다. 여전히 그날에 붙잡힌 주민들의 삶과 투쟁을 보여준다.

세계환경영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그린 파노라마’ 부문 상영작인 <가스톤의 부엌>(2014)은 페루의 존경받는 요리사 가스톤의 삶과 철학을 다룬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식자재를 단순히 요리를 위한 재료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어부의 노고를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의 요리는 예술작품에 가까워 보인다. 그 이유는 단순히 미적인 플레이팅 때문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그의 윤리의식 때문이다. <불타는 두리안의 강>(2014)은 방사능 화학공장 건설로 인해 위기에 처한 말레이시아의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극영화다. 처음에는 호주로의 이민을 준비 중인 시니컬한 소년 밍과 어부인 아버지와 어린 두 동생을 돌보며 사는 소녀 메이의 러브 스토리처럼 시작한다. 최근 아버지가 포획한 어류에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서 메이는 부호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소년 밍의 학급 반장 후이와 역사 교사인 림 선생님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극의 성격은 조금씩 변한다. 이상주의자인 림 선생님은 학생들을 게릴라처럼 조직해 화학공장 건설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그 과정에서 급진적인 림 선생님과 비폭력 시위를 원하는 후이 사이에 의견 충돌이 빚어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사건을 바라봄으로써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촉구하는 영화다. ‘한국환경영화의 흐름’ 부문의 <밀양아리랑>(2014)은 <밀양전>(2013)에 이은 박배일 감독의 두 번째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주민들의 소소한 잡담과 투쟁기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과 주민들에 대한 과도한 탄압을 외면한 인권위원회에 대한 비판 등 투쟁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아나이스가 사는 법>

‘포커스-다시 보는 농사’ 부문의 <아나이스가 사는 법>(2014)은 프랑스 브리타니 지방에서 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24살의 젊은 여성을 따라간다. 농작물과 교감하는 조용한 영화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녀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마치 끊임없이 혼잣말하듯 수다를 늘어놓는다. 아나이스는 농작물을 일구는 일뿐만 아니라 판매와 관련된 일까지 스스로 도맡아한다. “농작물의 향기가 나를 끌어요”라고 말하는 그녀가 밭을 일구고 사는 일에 대해 갖는 애정뿐만 아니라 때로는 확신할 수 없거나 갈등에 부딪히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선생님, 어머니 등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챕터를 구성한 것도 재미있다. <모던네이처>(2015)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 정말 안전한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영화다. 유전자 조작은 한정된 식량으로 불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유전자 조작식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반대편에서 맞붙는다. 유전자 조작에 관해 실험하고 연구하는 학자나 권위자뿐만 아니라 직접 소규모 농사일을 하는 농부와 일반인들의 인식 등 여러가지 시각을 담는다. <모던네이처>의 크레이그 레온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다시 보는 농사-도시와 땅의 연결’이라는 주제의 토크 프로그램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남미 환경영화 특별전’ 상영작인 <실베스트레 판텔레온>(2011)은 멕시코의 산 아구스틴 마을에 사는 노인 실베스트레의 일상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실베스트레는 최근 다리에 통증을 느끼며 몸이 쇠약해졌다. 그럼에도 밧줄을 만들고, 소도구들을 만드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실베스트레의 삶을 돌아보는 동시에 민족지적인 작업을 동시에 시도하는 작품이다. 바이올린의 단조로운 선율을 바탕으로 한 막간 음악은 주민들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모습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