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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일을 당연하게 해나가는 긍정과 희망의 동화 <트래쉬>
송경원 2015-05-13

브라질 리우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던 열네살 소년 라파엘(릭슨 테베즈)과 가르도(에두아르도 루이스)는 쓰레기 더미에서 지갑 하나를 발견한다. 기쁨도 잠시, 거물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낼 단서가 들어 있는 지갑을 찾고자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소년들은 지갑의 비밀을 직접 풀기로 결심한다.

앤디 멀리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트래쉬>는 옳은 일을 당연하게 해나가는 영화다. 나 혼자 발버둥친다고 달라질 게 없음을 이미 뼈저리게 절감할 때, 우리는 침묵하는 법부터 배운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이 점이 답답했나 보다. <빌리 엘리어트>(2000), <디 아워스>(2002),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 등 전작에서 그는 단 한번도 섣불리 판단하거나 결정지은 적이 없다. 오히려 딜레마를 불러올 상황으로 인물을 몰아넣고 그 흔들림을 관찰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트래쉬>의 스티븐 달드리는 다른 사람이라도 된 양 단호하고 과감하다. 영화 속 소년들이 왜 이렇게 위험한 일에 매달리냐는 질문에 ‘그게 옳은 일이니까’라고 답하는 순간 흑백이 분명한 이 영화의 목적지가 결정된다. 선명한 만큼 섬세함은 떨어지지만 음악에 맞춘 경쾌한 속도와 리듬은 이를 메우고도 남는다. 현지에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아역배우의 귀여운 연기도 작품에 생기를 더한다. 악역이 평면화되고 사건 해결이 과하게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면 그 단순함이 불쾌하지만은 않은, 긍정과 희망의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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