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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마음을 움직이는 건강한 힘 담다
정지혜 사진 박종덕 2015-05-21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모리 준이치 감독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2015)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의 속편이다. 시골에서 농사지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치코(하시모토 아이)의 일상이 영화의 시작이자 전부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보는 이의 눈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는 건강한 힘이 있다. 영화는 씨를 뿌려 수확한 작물로 밥을 지어먹는 이치코의 일상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이치코를 사려 깊게 그려냄으로써 무자극의 감흥을 만들어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모리 준이치 감독을 영화제 기간에 만났다. 인터뷰 내내 순박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영화를 회상하던 감독의 인상이 그의 영화와 꽤 닮아 보였다.

-앞서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에 이어 사계절을 둘씩 짝지어 영화화했다.

=사계절 각각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데 영화사에서 관객 동원의 어려움이 있다며 말렸다. 영화의 배경이 된 동북 지역은 추운 편이라 봄이 오는 게 하나의 큰 이벤트다. 봄을 극의 중심에 두고 두 계절씩 묶다보니 지금의 구성이 됐다. 도쿄 출신인 나는 늘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원작자가 그런 삶을 아주 잘 그려뒀더라. 읽자마자 흠뻑 빠져들어 영화화를 결심했다.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전 과정을 영화에 담았다. 촬영은 얼마나, 어떻게 진행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2013년 여름부터 현지에서 1년간 머물며 촬영했다. 촬영지가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곳이라 걱정했는데 다행인 것은 우리가 촬영한 곳은 피해가 덜한 곳이었다. 스탭들이 직접 씨를 뿌려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걸 찍어 영화에 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재배한 건 금방 시들어버리더라. (웃음) 주로 현지 농민들의 농작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극중에 “농사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대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 타이밍이라는 건 결국 다년간의 경험에서 체득하는 것이더라.

-이치코가 스스로 재배한 재료로 음식을 해먹는다는 게 영화의 거의 모든 내용이다.

=엄마도 집을 나갔고 혼자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치코에게는 이런 식으로 음식을 해먹는 건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말 필요한 일이다. 필요가 이치코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일이다. 특히 자신이 공들여 만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건 가장 큰 기쁨이다.

-<기생수>(2015), <갈증>(2014),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3) 등에 출연하며 최근 국내에서도 얼굴을 알리고 있는 신예 하시모토 아이가 이치코를 연기했다.

=이치코는 시골에서 혼자 사는 아이다보니 의지가 강한 인상을 줬으면 했다. 그런 면에서 하시모토 아이는 어린 나이이지만 굉장히 좋은, 강인한 눈빛을 가졌다.

-마을을 잠시 떠났던 이치코가 다시 돌아와 전통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필요 때문에 시골로 내려온 이치코에게는 계속 이러한 삶을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외부 세계로 나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이치코가 다시 시골로 와 춤을 추는 건, 지금부터 여기서 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각본을 직접 쓴 데뷔작 <란도리>(2006)를 제외하면, 이번 작품까지 줄곧 동명의 소설이나 만화가 원작인 작품을 해왔다.

=늘 내가 쓴 시나리오로 작업하고 싶은데 성격이 꼼꼼해서인지 수정을 거듭하다보면 일이 진척이 안 된다. 그래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일본 각 지역의 음식이나 전통 공예, 염색 기법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음 작품에 이런 걸 잘 담아보면 좋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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