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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몬테 크리스토
2002-03-12

시사실/몬테 크리스토

■ Story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짐 카비젤)는 아름다운 여인 메르세데스(다그마라 도민칙)와 약혼한 데다가 이른 나이에 선장으로 임명되기까지 한 행운아이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거기까지. 메르세데스에게 흑심을 품은 단테스의 친구 페르난드 몬데고(가이 피어스)는 그를 시기하여 그에게 반역의 누명을 씌우고, 단테스는 샤또 디프 형무소에서 13년간이나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단테스는 주저앉는 대신 아베 신부(리챠드 해리스)로부터 지식과 검술을 전수받으며 복수의 의지를 불태운다. 마침내 감옥을 탈출한 단테스. 그는 신부가 건네준 보물지도를 보고 몬테 크리스토 섬에서 보물을 발견하고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되어 세상에 귀환, 복수를 시작한다.

■ Review 알렉산더 듀마의 고전소설을 각색한 케빈 레이놀즈의 <몬테 크리스토>는 기존 스토리의 골격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안의 감정과 세세한 이야기 흐름은 가볍게 흘리는 편을 택했다. 고전을 손쉽고도 골치아프지 않게 전하는 다이제스트판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에서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도 코믹한 대화가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고 이야기가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복합적인 설정을 간단히 요약해 놓았다.

몇년간의 형무소 생활에 폐인이 되다시피한 단테스와 같은 형무소 죄수인 이바 신부가 만나 이야기나누는 장면. “내 감방엔 7만2천500개의 돌이 있어요.” 지루한 수형생활을 한탄하는 단테스의 말에 이바 신부가 답한다. “자네 그 각각의 돌들에 이름은 붙여봤나?” 고문에 시달리는 단테스의 모습을 아무리 진지하게 봐왔어도 이런 대사에 이르면 웃음을 참기 힘들다. 또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된 단테스가 자신의 저택 파티에 등장할 때 요란하게 기구를 타고 내려온다는 설정에서, 메르세데스의 아들 알베르가 자신의 친부가 단테스임을 알고 간사하게 태도를 바꾸는 것까지,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우스꽝스러움을 곳곳에 지니고 있다.

진지한 고전이 코미디로 둔갑했다고 나쁜 선택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가 갖고 있는 장중함과 감정의 깊이가 그로 인해 반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프리퀀시>에서 구식 무전기로 죽은 아버지와 교신을 하는 아들을 무리없이 연기했던 짐 카비젤의 연기도 여기서는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케빈 코스트너와 손잡고 <로빈 후드> <라파 누이> 등을 만들었던 케빈 레이놀즈 감독은 풀코스 요리 대신 인스턴트 세트메뉴 정도로 고전문학을 할리우드화했다. 이 작품의 모든 장단점은 거기에 있다.최수임 sooee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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