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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유해진]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더 치열한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

<극비수사> 김윤석, 유해진의 대화

-두 배우 다 곽경택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유해진_곽 감독님은 잘생긴 배우들과만 작업하시지 않나. 윤석이 형이야 잘생기셨지만. (웃음)

김윤석_아이고 또 그런다. 허허. 내가 보기와 달리 ‘의외로’(웃음) 강한 남자들이 나오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장르적으로 보면 곽 감독님과는 만나기 힘들었는데 <극비수사>로는 꼭 만나뵙고 싶었다. 직접 작업을 해보니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콘티뿐 아니라 참고가 될 만한 사진까지 일일이 다 챙겨서 보내주실 정도로 정석대로 작업하는 분이더라.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누고 굉장히 편했다.

-두 배우는 <타짜>(2006), <전우치>(2009), <타짜-신의 손>(2014, 이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없다.-편집자)에 이어 <극비수사>로 네 번째 한 작품 안에서 만났다.

=유해진_<극비수사>는 유괴라는 무거운 주제라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를 구하려는 공길용과 김중산의 진지함이 묻어나서 좋았다. 곽 감독님과의 첫 호흡도 기대가 됐고. 무엇보다도 윤석이 형이 한다고 해서 ‘그럼 뭐 해야지’라는 안도를 갖고 시작했다.

김윤석_전작들에서는 늘 적대 관계였는데 이번에야 둘이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갈등도 겪고 화해에까지 이르는 드라마를 찍었다. 시나리오를 보는데 형사라는 역의 클리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가만 보니 도사 김중산을 표현해야 하는 해진이의 고민도 만만치 않겠더라. ‘뿅!’ 하고 염력을 발휘하거나 딱 봐도 무당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비주얼적인 장치가 가미된 인물도 아니잖나.

유해진_힘들지 않은 역이란 없으니까 뭐…. (웃음) 김중산은 영감만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건에 수학적으로 접근해가는 진지함이 있다.

-<극비수사>에서도 볼 수 있지만, 김윤석씨는 눈에 힘을 주지 않고 무언가를 잠시 응시할 때의 눈빛이 퍽 인상적이다. 그 눈이 바라본 대상이나 인물이 나중에 꼭 극 안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어 돌아오곤 한다.

=유해진_진짜, 형은 그런 게 있다. 나도 그렇지만 배우들이 뭔가를 본다고 했을 땐 대개는 힘을 주고 미간을 찌푸리는데 형은 다르다. 내공이 느껴진달까.

김윤석_편집의 힘이다. 하하. 생각해보면 사람이 뭔가를 강하게 느끼는 순간은 도리어 뭔가 가득 채워지기보다는 속이 비워지는 게 있는 것 같다. 굉장히 맑게, 온몸으로 그 놀라움을 받아들이는 거다. ‘도대체 저게 뭐지?’ 하며 실체를 파악하려는 본능 같은.

-유해진씨는 “나서지 못하고 그냥 묻어서 가는, 소시민다운 것에 정감이 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중산이라는 인물이 그런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 같다.

=유해진_김중산이 모기장 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과 아내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감독님께 모기장을 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 장면을 잘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도사 김중산의 숨은 노력을 몰라줘도 가족에게만큼은 소신 있는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잠든 딸에게 속삭이듯, “니들 아버지가 (범인을) 맞혔다”고 말한다. 그 장면이 되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김윤석씨는 “연기를 할 때 내가 나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는데, 이제 또 어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김윤석_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그 속살을 확 까발려 보여주는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나이를 먹다보니 겉만 빙빙 돌다 끝나는 영화에서 내가 소비되는 게 무서워지더라. 상처를 입더라도 인간의 본질을 짚어내는 영화 안으로 들어가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작품 안에서 존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유해진_시나리오를 보다보면 다른 듯 비슷한 작품들이 참 많다. 겉포장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더 치열한 작품들이 나오면 좋겠다.

김윤석_일상에서 파격을 찾아내는 영화가 주는 어마어마한 힘이 정말 놀라운 거다.

유해진_나는 지금처럼 이렇게 배우를 하면서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 더 나를 깊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두 사람은 늘 꾸준히 연기하며 자신을 탐문해가는 배우들이다. <극비수사> 이후에 또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까.

=김윤석_<검은 사제들>에서 신부님으로 등장한다. 지나간 것에, 연민과 후회 등에 연연해하지 않는 절제력과 강인함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유해진_<극비수사>의 개봉 일주일 뒤에 <소수의견>이 개봉한다. 이번에는 변호사다, 이혼 전문 변호사. 하하.

김윤석_장가도 안 간 사람이 무슨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건지. (일동 웃음)

유해진_며칠 전에 스릴러물 <그놈이다>도 크랭크업했다. 되~게 나쁜 악역이라 여성 관객이 싫어할 것 같다. 올여름 <베테랑>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유해진씨는 tvN <삼시세끼-어촌편>(2015)으로 ‘참바다씨’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김윤석씨를 예능에서 만나도 색다를 것 같다.

=유해진_아직은 계획이 없다. (차)승원씨도 워낙에 바쁘시고.

김윤석_내가 예능을? 지금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한 얘기다. tvN <꽃보다 할배> 같은 프로면 좋겠다. 출연하신 선배님들을 보는데 보기 좋고 부럽더라. 하하.

유해진_그쯤 되면 형도 할배가 돼 있겠다.

김윤석_20년 후엔 너도 할배야.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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