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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가 좋다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5-06-12

<무뢰한> 강국현 촬영감독

촬영 2015 <무뢰한> 2014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아버지의 이메일> <소리굽쇠> 2012 <줄탁동시> 2011 <스파이 파파>

촬영부 2011 <체포왕> 2007 <해부학교실> 2005 <너는 내 운명> 2004 <발레교습소>

“<줄탁동시>(감독 김경묵)에 나오는 새벽 장면을 보는데 화면에서 느껴지는 힘이 굉장하더라. 누가 촬영했는지 궁금해서 수소문해 연락을 넣었다.” 오승욱 감독이 15년 만에 신작 <무뢰한>을 준비하며 강국현 촬영감독을 파트너로 꼽은 이유다. 강국현 촬영감독은 평소 오 감독과는 일면식도 없었고, 상업영화 촬영팀을 이끈 경력도 전무했다. 하지만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자신이 촬영한 작품만 보고 “과감해서 좋다”고 말해주는 오 감독이라면 한번 제대로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무뢰한>을 찍어나가기 시작했다. 촬영에 앞서 강국현 촬영감독과 오 감독이 의견일치를 본 건 “화면에서 해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무뢰한>만의 빛의 톤을 만들자는 데 있었다. 강국현 촬영감독은 “주인공인 형사 재곤(김남길)과 마담 혜경(전도연)은 새벽이나 밤에 주로 활동한다. 그러니 이들이 있는 공간에는 빛보다 어둠이 더 잘 어울린다. 그 어스름한 빛이야말로 주인공들의 정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이었다”라고 전한다.

그의 촬영 준비는 대단했다. “주요 스탭들이 확정 헌팅을 다녀온 뒤, 혼자 따로 촬영지를 찾았다. 본 촬영 조건과 비슷한 시간대를 기다려 미리 한번 찍어보고 그 화면을 내가 직접 색보정까지 해서 감독님, 스탭들과 사전에 공유했다.” 그가 이토록 부지런을 떤 건 “모호한 채로 현장에 가는 건 스탭뿐 아니라 나도 불안하다. 우리가 찍고자 하는 게 영 이상한 그림은 아니다, 라는 최소한의 확신은 갖고 현장에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에게 원칙은 또 있었다. “감독님과 ‘관객을 속이지는 말자’는 생각을 공유한” 그는 비좁은 세트장에서의 촬영 때도 세트 벽을 부수고 카메라를 뒤로 빼 공간을 확보하지 않았다. “와이드렌즈를 쓰더라도 공간 안에서 배우와 카메라의 위치를 거짓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알렉사 카메라에 비해 화각이 넓은 레드 에픽을 쓴 이유도 그래서다.” 카메라앵글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컸다. “안쓰럽게 울고 있는 인물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인물로 트랙인해서 들어갈 수 있을까? 또 무뢰한인 재곤도 어떤 순간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을 거다. 그때만큼은 인물의 앞모습을 다시 찍지 않으려고 했다.”

“카메라의 윤리”라는 말을 꺼내는 그의 이 진지함은 어쩌면 영화를 대하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데도 사회파 감독 켄 로치의 영향이 컸다. “나는 현실을 외면하는 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극영화를 하더라도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가 좋다. 영화를 보며 암울한 현실을 잊은 채 잠깐 웃게 된다고 그게 좋을까.” 그래서인지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외곽으로 밀려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많다. “<무뢰한> 역시 그런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영화”라고 그는 말한다. 결국 “영화의 규모에 상관없이 닭살스럽지 않은 좋은 이야기”라면 그의 카메라는 누구보다 성실히 그 뒤를 좇을 것이라 짐작된다.

노트북

<무뢰한> 촬영 내내 강국현 촬영감독이 끼고 산 노트북이다. 그는 매일 촬영이 끝나면 그날의 촬영 소스를 노트북으로 직접 색보정 작업을 해 바로바로 스탭과 공유했다. 새벽 시간대나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 많다 보니 색감이 어떻게 구현될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걱정을 덜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스스로 잘해나가고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나의 무기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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