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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5-06-11

<아니타 힐> 프리다 리 모크 감독

1991년 미국의 대법원장 후보였던 클라렌스 토머스가 부하직원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아니타 힐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아니타의 증언 후 이 사건은 청문회에 소환됐다. 아니타는 성희롱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던 시절, 흑인, 여성이라는 차별을 딛고 거대권력에 당당히 맞선 히로인이었다. 미국 내 페미니즘 운동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건인 아니타 스토리는 많은 이들이 영화화하려 했지만 당사자의 허락을 구하지 못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0년 그녀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한 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프리다 리 모크 감독이었다. 다큐멘터리 <아니타 힐>(2013)로 한국을 찾은 프리다 리 모크 감독을 만났다.

-설치미술 작가인 중국계 미국인 마야 린(<마야 린: 어 스트롱 클리어 비전>(1994), 아카데미 최우수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 베스트셀러 작가 앤 라모트(<버드 바이 버드 위드 앤>(1999)), <뮌헨> <링컨> 등의 시나리오작가 토니 커시너(<레슬링 위드 엔젤스>(2006)) 등 당신이 만든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주로 문화, 예술인 중심이다.

=다양한 부문을 많이 접하고 읽고, 흥미를 느낀 것들을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삼는다. 사학을 전공해서 역사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예술 분야의 인물들을 많이 다뤄왔는데, 그중에서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이 내포된 작품을 만들어왔다. 아니타 힐 역시 변호사이지만 그녀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고 이후 겪은 일들이 미국 내에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주목하게 됐다.

-20여년이 지난 문제를 다시 다큐멘터리로 조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여러분이 군대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성희롱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성희롱은 더이상 여성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 대처 방안과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니타는 그래서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의 인물이다. 그녀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피해자인 아니타가 오히려 죄인으로 소환된 듯한 느낌을 주는 1991년 청문회 자료화면이 인상적이다. 성희롱과 관련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상황과도 동떨어지지 않은 문제로 읽힌다.

=당시 청문회에 참석한 상원의원 14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이들은 피해자인 아니타의 인권을 무시하고 2차적 가해를 했다. 결국 이들의 무례한 태도가 사회문제로 불거졌고, 이들 중 다수가 재선에 실패했다. 그때 미국 내 상원의원 100명 중 2명이 여성이었는데, 다음 선거에서 6명의 여성 상원의원이 탄생했고 현재는 20명의 여성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더이상 1991년과 같이 인권을 무시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1991년 상원의원 중 여성이나 흑인 남성이 있었다면 아니타의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아니타 스토리가 미국 내에서 다시 큰 관심을 끌었다.

=성희롱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이슈였다. 영화 개봉 후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양성 평등 문제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아시아계 여성감독으로서 느끼는 성불평등에 대한 문제도 크게 인식하고 있다. 지금 미국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이나 제작자들의 비율이 4%에 불과하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자유인권협회(ACLU)에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한계를 밀고 나가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차기작 계획도 들려달라.

=7인의 참전용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한쪽 혹은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이들이 에베레스트,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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