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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풍곡리의 피리 부는 사나이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5-07-13

<손님> 류승룡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피아노 연주 하면 드라마 <밀회>(2014)의 유아인이다. 기타 연주 하면 <고고70>(2008)의 조승우다. 앞으로 피리 연주 하면 <손님>의 류승룡부터 떠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앞의 두 악기와 달리 피리가 등장하는 영화가 또 나올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손님>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우룡은 피리 부는 사나이다. 절름발이의 몸으로 폐병을 앓는 아들 영남(구승현)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는 그는 한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다. “귀때기가 달린 짐승들은 모두 움직”일 만큼 피리 연주에 재능이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으로 먹고살기 힘든 상황임에도 얼굴에 살이 통통 붙어 후덕해 보이는 인상은 그가 “인성 좋은 사람”인 동시에 “수완이 좋은 사람”임을 보여준다. 살면서 큰 죄 한번 짓지 않고 살았을 법한 그가 지도에는 없는 마을에 들어가 마을 촌장(이성민)의 부탁을 받고 들끓는 쥐들을 내쫓다가 감당하기 힘든 풍파를 겪는다.

“신선하다, 독특하다, 해야겠다.” 류승룡을 우룡으로 이끈 욕망은 “한 인간이 가진 희로애락의 최대치를 표현할 수 있는 동시에 감정의 파노라마를 한 이야기 안에서 쫙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김광태 감독이 우룡 역에 류승룡을 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7번방의 선물>(2012)에서 보여준 순수함부터 <표적>(2014)이나 <명량>(2014)의 거친 면모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류승룡”이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물론 류승룡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그런 욕망을 가진 건 아니라고 한다. “처음에는 쭉 읽혔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니 마을 촌장이 등장하고, 외진 마을이 배경인 까닭에 이야기의 3분의 1 지점까지는 <이끼>(2010)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를 살펴보니 <이끼>를 떠올리게 하는 몇 가지 설정은 우연의 일치이며,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미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우룡은 배우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 설정이 많아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일단, 류승룡은 김광태 감독에게 “살을 다시 찌울 것”을 주문받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 필요해 <표적> 때 다이어트한 몸을 다시 불렸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설정인 만큼 “어마어마한 강박에 시달릴 정도”로 피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에서 타악기를 두드린 적은 있지만 피리 연주는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라고. 주로 연습한 곡은 5곡. “<잔치> <행진> <애조> 등 테마마다 각기 다른 곡을 연습해 직접 연주했다. 이중 애착이 가는 곡은 <잔치>다. 제작보고회 때 잠깐 연주한 곡으로 우룡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낸다. 티저예고편 마지막에 잠깐 흘러나오는 <애조>도 좋아한다.” 한쪽 다리를 저는 연습도 했다. “다리를 저는데도 항상 웃는 우룡을 보면 신체의 불편함이 그가 살아가는 데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정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또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충청도와 전라도 사이의 어딘가에서 쓸 법한 사투리도 새로 추가했다. “사투리를 쓰는 설정으로 바꾸면서 아들 영남도 사투리를 따라 써야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승현이랑 함께 연습하고, 아껴주고, 사랑해줬다.”

류승룡의 차기작은 이미 촬영을 끝낸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다. 조선 고종 때가 배경인 이 작품에서 그는 판소리 대가 신재효를 연기한다. 그 이후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논의 중이다. <도리화가> 촬영이 끝난 1월부터 지금까지 푹 쉬고 있다. 충전이 많이 됐다. 개봉을 앞둔 <손님>을 슬슬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다.” 류승룡이 부는 피리라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데 손색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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